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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수첩윤유점바다에서 자란 그대 사모아로 간다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연어 떼무법자 샤치를 밀쳐내며바다는 뜨겁게 달아오른다얼굴을 차갑게 덮치는 물결은 불안정하다코파 높이만큼 치솟는 그물참치 떼의 몸부림은 고물로 기울어진다구름기둥이 몰려오는 스콜에서해안을 덮치는 파고에 선체는 요동치고만선을 꿈꾸는 선부의 생은 처절하다폭풍으로 다가오는 넵투누스가 난폭해지고힘겹게 버티는 난바다의 선부는 제 목줄을 감는다갑판 위로 떨어지는 마지막 명령가늘 수 없는 와이어의 긴장을 끊어 낸다검은 대륙이 다가가면 수평선은 기울어지고순간의 두 다리가 튀어 오른다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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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서영
2022.07.0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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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자적 여강을 유람하다조포나루를 떠난 배는 가는 듯 마는 듯 지루하게 한양을 향해 천천히 북서쪽을 향했다. 강 양편으로 보이는 늦가을의 풍경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오다 멀어지기도 하였다. 바람이 약해 사공들이 노를 저어보았지만 겨우 어른들 걷는 속도로 배가 흘러 갈 뿐이었다. 늦은 오후에 박달을 태운 배가 이포나루에 접어들었다.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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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2.07.0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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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김 윤수 귀 속에 넣어 준 말들이양철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만 같아서나를 들여다보다가 나를 놓치는 밤 노크도 없이 찾아 와빗방울로 사라는 구름떼 그리움으로 무늬지고 있다 두고 온 우리들의 시간도유리창을 흐르는 빗물과 다르지 않아유정과 무정 사이섬 하나 솟았는지 모른다 사랑을 꽃피우던 시간이 꽃진 자리에옹이로 남아 섬이 된 건지 모른다 그 섬이 나를 부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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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서영
2022.06.2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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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驪江)을 구경하다여인 때문에 과거시험에 낙방하였다고 판단한 대길은 여인에게 삼 년만 있으면 틀림없이 과거에 장원급제할 테니 한 번만 더 뒷바라지를 부탁하였지만, 여인은 냉정히 거절하였다. 여인에게 새로운 남자가 생긴 것이었다. 대길은 충격을 받고 여인과 그 여인의 정부를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어느 날 밤, 대길은 비수를 품고 담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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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2.06.25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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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형을 만나다“아, 아닙니다. 난, 뱃멀미해서요.”“원, 사람하고는…….”“정말입니다. 아가부터 뱃멀미가 나 잠시 눈을 붙이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미안합니다.”박달은 짐짓 머리가 아픈 척 한 손을 이마에 갖다 댔다.“벌써 뱃멀미하면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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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2.06.1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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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을 거슬러 오르다“금봉아, 넌 내 딸이기 때문에 이 엄마는 박도령과 너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 해. 그러니 안심하고 자세히 말해보렴. 난 네가 이제껏 한 번도 남자들에게 서방님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어 본 적이 없었어. 내가 언뜻 들으니 네가 박도령에게 서방님이라고 부르는 것 같던데?”“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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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2.06.11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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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호는 다음을 예약한다송병호낙하하는 것은 무엇이라도 쓸쓸하다 수백 번은 아니라도수십 번 서성거렸던 골목 간이주점 그리고중앙도서관, 갈피 잡지 못할 때한 뼘씩 커가는 해그림자에나는 낯선 이방인이었다 황무지에 싹을 틔운 30여 년사랑하는 이들 노동을 완수한 위로랍시고감사의 표시랍시고카드 한 장단아한 분홍카네이션의 초청, 나만 아는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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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서영
2022.06.1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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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급제의 꿈“서방니임 -, 기다릴게요. 꼭 돌아오셔야 해요. 매일 서방님이 돌아오시기를 기도드릴게요.”“금봉이 -, 잘 있구려.”박달은 북쪽을 향해 걸으면서 금봉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두 사람의 눈물이 이별이 있었던 이등령 고개에 차가운 가을바람이 불면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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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2.06.0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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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을 위한 비손“서낭신님, 박달 서방님께서 부디 이번 과거에 장원급제하도록 도와주세요. 서방님께서 장원급제하셔야 하옵니다. 소녀의 마음은 이미 서방님에게 있습니다. 소녀가 앞으로 밤낮으로 빌고 또 빌 테니 우리 박달 서방님께서 이번 과거에 꼭 장원급제하실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빌고 비나이다. 비나이다.”&lsq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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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2.05.28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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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외돌개배한봉파랗게 올라가 하늘이 된바다가 있다파랗게 내려가바다가 된 하늘이 있다그 어느 옛날 그 어떤 전설이바람의 형상을 새기고눈비의 형상을 새겨서바다 한가운데 돌섬 하나 세워 놓고혀 밑의 노래를 꺼내 부르는 곳.오름들도 알고 있고바다를 깨우는 숨비소리도 알고 있지천 개의 눈을 뜨고 바람을 보는 하늘,천 개의 귀를 열고 눈비를 듣는 바다,밤과 낮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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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서영
2022.05.2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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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황신에게 빌다“낭자, 그동안 정말로 고마웠어요.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요?”박달이 금봉에게 다가가 작별의 인사를 건네자 금봉은 손가락을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옆에서 부모가 지켜보지 않는다면 박달의 품에 안겨 펑펑 울고 싶었다. 박달 역시 말없이 훌쩍거리는 금봉을 안아 주고 싶었다.“낭자, 얼른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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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2.05.2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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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루첨첨(別淚添添)금봉은 아침을 제대로 들지 못했다. 이 반찬 저 반찬 젓가락으로 집었다 놨다 하며 밥을 먹지 못했다. 그런 딸의 모습에 금봉 어머니는 가슴이 답답하고 곧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불안했다. 조반을 마친 박달이 짐을 꾸리기 위해서 사랑채에 들자 금봉이 박달의 옷을 들고 사랑채로 들었다.“이 옷으로 갈아입고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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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2.05.14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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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맞추기-우체통강중훈모년 모월 모일 모시 모처에서 그녀가 나를 찾는다는 소식이 왔을 때는 그 일이 있고난 한참 뒤의 일이었습니다 이빨 빠진 돌담장사이로 그녀의 소식은 언제든 새어나가 배달되지 못했습니다사람들은 그 연유를 바람 탓이거나 반 박자 놓친 그리움 혹은빼곡히 총탄 박힌 옥수수 열매가 반나절 넘게 담장에 갇힌 체 숨죽인 늦가을 햇살 탓이라고 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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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서영
2022.05.0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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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자정리(會者定離)금봉은 아침 일찍 박달을 떠나보내야 하므로 깨끗하게 빨아서 곱게 개어둔 박달의 의복을 가지런하게 꺼내놓았다. 아침이 되었지만 안개가 산촌을 온통 뒤덮고 있어서 앞을 분간할 수 없었다. 최대호가 박달을 깨웠다.“박도령, 일어나시었소?”“네에. 일어났습니다.”박달이 눈을 비비며 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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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2.05.0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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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정한(情恨)딸의 비손하는 소리를 엿듣던 금봉 어머니는 충격을 받았다. 다리에 힘이 빠지고 맥이 빠져 곧 그 자리에 쓰러질 것 같은 것을 억지로 버티고 섰다. 침착하고 얌전한 줄 알았던 딸이 며칠 사이에 근본을 알 수 없는 과객과 정분이 났다는 것을 금봉 어머니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아냐, 내가 뭘 잘못 들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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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2.05.02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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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 공 성영희그에게 깨끗한 옷이란 없다한 가닥 밧줄을 뽑으며 사는 사내거미처럼 외벽에 붙어어느 날은 창과 벽을 묻혀오고또 어떤 날은 흘러내리는 지붕을 묻혀 돌아온다사다리를 오르거나 밧줄을 타거나한결같이 허공에 뜬 얼룩진 옷얼마나 더 흘러내려야 저 절벽 꼭대기에깃발 하나 꽂을 수 있나저것은 공중에 찍힌 데칼코마니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작업복이다저렇게 화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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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서영
2022.04.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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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신명께 장원급제를 빌다.“고, 고마워요. 금봉 낭자. 내, 이 은혜는 죽어도 잊지 않겠습니다.”박달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마음속으로 흐느끼는 금봉을 위무해 주고 싶었으나 어른들이 있어 차마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다.“박도령, 급제하시고 고향 가시는 길에 이 마을 지나가야하니 시간이 허락된다면 우리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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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2.04.23 0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