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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살수대첩“수나라 오랑캐들을 죽여라. 한 놈도 강을 건너게 해선 안 된다.”고구려 철갑중기병을 지휘하는 장수의 명령이 떨어졌다. 강기슭에 숲속에 숨어있던 고구려 기병대가 나타나자 별동대는 눈이 뒤집혔다. 별동대는 서로 먼저 도망치려다가 고구려군의 칼을 맞고 절명하거나 강물로 뛰어들었다가 화살을 맞기도 했다. 별동대는 제정신이 아니었다.우문술은 자신을 호위하는 친위부대 백여 명과 함께 뒤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우문술은 도망치면서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지만 끝내 일록은 보이지 않았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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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4.01.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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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의 아들남쪽에서 뽀얀 흙먼지를 일으키며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는 고구려 기마대가 달려오고 있었다. 낙오된 별동대 병사들은 비명을 지르며 뛰었지만, 비호처럼 달려드는 고구려 철갑중기병대의 추격을 따돌릴 수 없었다.“공격, 오랑캐 놈들을 살려두지 말라.”기병대를 이끄는 고구려 장수가 소리쳤다. 지축을 흔들며 달려오는 고구려 기병대가 도망치는 별동대의 후미부터 공격을 시작하였다. 제 한 몸도 가누기 어려운 별동대는 추풍낙엽이었다. 고구려 기병대의 칼날 아래 그들은 피를 뿌리며 처참하게 죽어갔다. 순식간에 낙오된 별동대 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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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4.01.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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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맛명서영영원히 썩지 않는 맛은 어떤 향기가 날까공이 선을 넘었는지 선이 공을 넘었는지 상대 선수와 맞선다섣부른 분위기가 숨죽이고 침묵하는 간석동 하늘 탁구장뿔 돋은 나 불꽃 튀는 선제공격으로 분위를 제압한다공은 이편도 저편도 아니라는 듯 소낙비 잰걸음으로 사라지고수세에 몰린 그녀가 단번에 당당한 기세로 항복, 싱겁다헛손질이라도 스매싱에는 푸싱으로 손 뻗어야 짭짤하지분위기는 편파적으로 상대편에게 쏠린다패로 뿔 잘린 나 찌그러진 공 되어 구석에 흥건히 굳어간다앵글에 잘못 잡힌 배경처럼 대낮에 뜬 초승달얼어붙었던 실내가 금세 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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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서영
2024.01.0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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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나라 오랑캐를 섬멸하라태왕은 웅록의 가녀린 손을 잡아주었다. 웅록은 태왕의 치하에 그만 눈물을 쏟고 말았다. 태왕이 웅록에게 손수건을 건넸다. 옆에 서 있던 을지문덕은 헛기침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달래려고 애썼다. 일개 참모가 태왕에게 치하를 듣는 일은 거의 없었다.“폐하, 이 길로 웅록 부관과 곧장 살수로 달려가겠습니다. 폐하의 지엄하신 명령대로 오랑캐들을 섬멸할 것입니다.”“짐은 을지 장군과 웅부관을 믿습니다.”태왕의 목소리도 가라앉아 있었다. 을지문덕과 웅록이 기마대 수천 명을 이끌고 북녘을 향해 달렸다. 태왕은 망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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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12.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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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의 어머니해무성의 조상들은 고구려 건국 시조인 추모왕(鄒牟王)때부터 6백 년 가까이 고구려의 주요 직책을 맡으며, 나라가 위험에 처했을 때마다 몸을 아끼지 않고 구국에 힘을 쏟았다.“수나라 별동대를 살수와 압록수에서 대파한다는 기존 계획에는 변동이 없는 것인지요? 또한, 아군의 공격 방법은 기존처럼 철갑 중기병대(重騎兵隊)가 주축이 되고 궁병(弓兵)과 보병(步兵)이 지원해야 하는지요?”“폐하, 소장도 감히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해무성의 질의가 끝나자마자 왕실 인사로 대모달(大模達) 벼슬을 하는 고등(高鄧)이 태왕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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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12.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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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군의 청야전술사내의 밭은 숨소리가 한바탕 들려오면 곧이어 여인의 가냘픈 신음과 비명이 은은하게 막사 밖으로 흘러나왔다. 막사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올 때마다 초병들은 전율하며, 아랫도리를 잡고 요상한 짓을 해댔다.유사룡은 밤마다 육욕(肉慾)의 향연에 빠진 우중문을 탓하며, 자신의 막사로 돌아가야 했다. 그는 돌아가다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북두칠성의 일곱별 중 탐랑성(貪狼星), 파군성(破軍星), 칠살(七殺)이 형성한 격국의 형태가 오늘따라 밝게 빛나고 있었다.‘살파랑(殺破狼), 살파랑, 우리 수나라 별동대는 살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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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12.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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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족부인 다시 아들을 만나다웅록은 주머니에서 작은 지도를 꺼내 고구려군의 공격 지점과 전술을 상세히 일러주었다. 삼록은 웅록과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서 수시로 막사 출입문을 주시하였다. 웅록은 모든 기밀 사항을 삼록에게 일러주고 나서 다시 한번, 다짐을 받았다.아들을 의심해서가 아니라 20여 년 동안 떨어져 지낸 모자지간이라 행여나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는 차원이었다.“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별동대는 살수에서 거의 전멸될 겁니다. 어머님 말씀대로 저희 형제는 별동대가 섬멸된 후에 어머님을 따라 서역(西域)으로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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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12.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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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갈비-연쇄작용명서영 그가 먹구름으로 뜨면 나는 비를 퍼붓는다 가끔 폭풍우까지우리 싸움의 시점(始點)과 시기(時期)는 질량보존법칙이 불가한 바람의 크기흐지부지한 뒤끝도 반전도 내일 날씨다살점은 일찍 기권하고 사라진 자리 뼈들만 수북이 쌓였다물고 뜯을 더 이상 먹을 것이 없는 갈비들많았던 말이 입을 닫는다 분위기도 닫힌다업어치기로 눕혔으나 타격이 허기가 진다먹구름만 가득 고대(古代)까지 덮은 싸움보다 더 간절한 식탐일정한 간격으로 연쇄반응을 거부한 갈비뼈들도망자로 추적자로 쫄깃한 맷집과 딱딱한 오만은 막대기에 불과했다뼈들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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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서영
2023.12.05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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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해석“그럼, 내가 을지문덕이 우익대장군에게 보낸 ‘여수장우중문’이란 제목의 오언고시를 풀이할 테니 잘 들어보시오. 아, 다른 장수들도 내가 풀이하는 시문을 잘 들어보시구려. 에헴-.”유사룡이 점잔을 빼면서 입을 열었다. 기구인 神策究天文(신책구천문)을 유사룡은 ‘우중문 우익위대장군이 귀신도 곡(哭)할 정도의 뛰어난 전술로 고구려군을 싸울 때마다 물리쳤으니, 하늘의 이치를 아는 유능한 장수이다. 승구의 妙算窮地理(묘산궁지리)는 우중문 대장군의 정확하고 빈틈없는 계산은 땅의 귀신들도 탄복하였다.전구로 쓴 戰勝功旣高(전승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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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12.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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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갈비–작용 반작용명서영 먼지는 털자 돈은 쌓자 확실한 반응과 화끈한 싸움까지 사사건건 부딪치는 그와 나는 판크라티온 다른 갈비뼈에서 왔을 힘겨루기 선수길과 길이 같은 곳에서 파생되었다는 이론체계는 신뢰가 빨갛다 어불성설이다잠깐 싸움이 멈춘 휴식 시간 우리 고깃집으로 간다승자만 기억하는 재활 안 된 길이 길을 틀 때식당은 2라운드 싸움 한 상을 잘 차려냈다둥근 식탁 한가운데 숙성된 나체의 장작불이 빙빙 분위기를 빨갛게 달군다안줏발 잘 받는 소주가 탐욕 한 잔을 꿀꺽 삼킨다탐색 시간이 노릇노릇 구워지는 동안 훅 날아오는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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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서영
2023.11.2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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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문덕 최후의 일격을 준비하다우중문의 말에 웅록과 녹족 삼 형제는 또 한 번 가슴을 졸여야 했다. 웅록이 얼른 답변하지 못하자, 진진이 끼어들며 웅록을 안심시켰다.“대장군, 물어보나 마나이지요. 곧 백기를 들고 고구려 만조백관과 몰려올 겁니다. 웅부관은 늘 미리 달려와 보고하는 직분이니, 기다려 보시지요.”웅록은 진진이 고마웠지만, 우중문이 자꾸만 곤란한 질문을 할 것만 같아 엉뚱한 답변을 하였다.“소관은 대장군께 전하는 서신을 가져왔을 뿐입니다.”“뭐라, 서신이라고? 고구려 왕은 매번 서신만 보내니 무슨 꿍꿍이인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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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1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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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족부인 다시 적진으로 가다세작들에 의해 매일 보고되는 수나라 별동대의 상황을 접하면서 태왕은 이번 작전이 상당한 위험이 따르지만, 고구려군이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장군님, 다녀오겠습니다.”“무사히 다녀와야 하네. 답장은 받아올 필요 없네. 그 서신만 우중문에게 건네고 돌아오면 되는 것이네.”“장군의 명을 받잡겠습니다. 장군님, 소관의 절을 받으십시오.”“아니, 왜 그러는가? 다시는 못 볼 사람처럼 말이야. 이러지 마시게.”을지문덕이 웅록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으나, 그는 말을 듣지 않고 기어이 을지문덕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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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11.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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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꽃잎명서영 아슬아슬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도움닫기를 하는 빨래살바람을 등에 지고 밭일하시던 어머니너덜너덜 흙 묻은 어머니 해진 버선꽃바람을 타고 떠내려온뽀얗고 누런 어머니 냄새내 앞으로 어머니가 밀친내가 타고 세상 풍랑을 건널날개를 활짝 편 돛단배 하나한그루 목련나무는 꽃을 피우지만 그 꽃은 빨래가 되고, 어머니 흙 묻은 해진 버선이 되고, 뽀얗고 누런 어머니의 냄새가 된다. 내가 타고 건널 풍랑을 이미 알고 있었던 엄마는 내게 타고 갈 돛단배 하나를 꽃잎으로 밀친다. 험한 세상을 건널 때 활짝 날개를 펼칠 돛단배이니 목련나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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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서영
2023.11.12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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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장우중문戰勝功旣高(전승공기고) - 그대가 싸움마다 이겨 군공(軍功) 이미 높으니 잠시 차 한잔을 마시고 가벼운 체조를 마친 을지문덕이 다시 붓에 먹물을 묻혔다. 웅록은 다시 한번 가슴을 졸이며 그의 붓끝을 응시하였다.전구(轉句)를 써 내려가는 그의 손이 약간 떨리는 듯했다. 웅록은 전구를 쓰고 잠시 창밖을 응시하는 을지문덕을 위해 얼른 빈 찻잔에 찻물을 부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순간 일직선이 되었고 웅록의 얼굴이 붉게 물들며 심장이 요동쳤다. 기문둔갑술 – 천시(天時)와 지리(地理)와 인화(人和)가 조화를 이루어 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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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11.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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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문덕 시를 짓다을지문덕은 노래하면서 고향에 두고 온 아내를, 그리고 동시에 지금 곁에 있는 웅록을 생각했다. 사나이의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음성이 막사 안에 가득 찼다. 웅록은 을지문덕의 노래에 감정을 이입하며 빠져들었다.念我之獨 염아지독誰其與歸 수기여귀외로운 이내 몸은뉘와 함께 돌아갈꼬유리왕의 두 왕비 치희(雉姬)와 화희(禾姬)는 유리왕을 사이에 두고 서로 질투하며 헐뜯다가 한나라 출신 치희가 친정으로 돌아갔다. 유리왕이 말을 달려 치희를 쫓아갔으나 그녀는 이미 한나라 땅으로 넘어간 뒤였다. 유리왕은 상심하여 돌아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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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1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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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보선창박수호 지워져 버린 곳늘 바다가 밀려와서 일렁거렸다어느 날은 더 깊숙이 밀고 들어왔고땅으로 기어오르고 싶어 했다어떤 때는 심드렁해서뒤척거리며 어른거리다가몸을 돌려 나가버리기도 했다어부는 물때에 맞춰 바다로 나갔다가조금이 되면 선창에 배를 댔다그런 날은 등불은 일찍 꺼졌지만집마다 두런거리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그렇게 골목마다 쏟아진 새끼들을바다는 흔들어 키웠다봄여름가을겨울또 봄여름 가을 이어 겨울콧수염이 거뭇해질 무렵선창 선술집에서 얼큰히 취해흘러나오는 뱃사람들의 젓가락 장단에목포의 눈물을 들으며하나둘 선창을 떠났고계절은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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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서영
2023.11.0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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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문덕의 은애“장군께서는 고구려에서 이름난 문장가 아닙니까? 그런데 무식한 오랑캐들이 장군님의 시문을 읽을 수 있을지 의심입니다.”“우중문이나 우문술을 겨우 문자나 읽을 수준이고 유사룡이란 자는 제법 글줄깨나 읽은 자로 알고 있네, 그자라면 나의 의중을 알 수도 있을 것일세. 그 세 놈 다 까막눈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웅부관, 투구와 갑옷을 벗게. 이 막사 안에는 나의 허락 없이 아무도 못 들어온다는 것을 알지 않는가? 자네가 들어오고 나서 막사 밖에 있던 보초병들을 백 보 이상 떨어지게 했네.”을지문덕의 말에 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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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10.28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