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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명서영탁구공이 붙잡혔다탁구만 쳤을 뿐인데 단지게임이 두 사람을 얽었을 뿐인데집중을 요구하는 불안한 실내그의 강의는 불온한 강요가 되고 질문은 정해진 답을 요구하고 있다집요하게 한곳만 고집하는 지루한 그와 사방팔방 튀고 굴러야 직성이 풀리는 나파란 그는 채워져야 배부르고 나는 하얗게 비워야 편하다탁구대를 이해한 적 없는 나와 공의 속성을 풀어 본 적이 없는 그가 같은 공간 조각난 거울로 각자 서로만 비추고 있다둘 사이 상황적 온도는 매번 달라도 미진한 습도는 나란히 강산을 건넜다대화도 결론도 산 넘어 산끝이 안 보이는 계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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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서영
2024.02.0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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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전여전(父傳女傳)“요즘 세상에 설화 같은 효녀가 또 어디 있으려고? 이관이 살아 있으면 한참 귀여움을 받고 자랄 나인데…….”“설화가 노는 모습을 보면 사내 같은데, 얼굴을 보면 홍 씨 부인을 닮아서 그런지 당실한 것이 참으로 고와. 어린 것이 가만히 보면 마음 씀씀이도 꽤 푼푼해. 나는 여태껏 저 애가 무람없이 행동하거나 마을 사람들에게 쓸데없이 골풀이 하는 것을 보질 못했어. 건넛마을 최대인이 며느릿감으로 점찍어 놨다는 말도 있어. 아무튼, 저 애는 이 씨 집안에 복덩어리가 틀림없어.”“저 애는 미구에 무등 서북면 지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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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4.02.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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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 가문의 무남독녀간밤에 내린 폭설로 천지 사방이 온통 백색의 세상이 되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은 이웃과 겨우 왕래할 수 있을 정도로 길을 내놓고 온종일 집안에서 두문불출 했다. 귀주성(龜州城) 인근에 있는 덕실 마을은 고구려 때부터 내려오는 유서 깊은 마을로 주변 풍광이 매우 빼어났다. 청룡산, 검산, 팔령, 굴암산이 귀주를 감싸고 황화천과 구림천 그리고 팔령천 등이 귀주의 여러 마을을 에두르며 흐른다.덕실 마을은 황화천이 굽이쳐 에돌아 흐르며 남서쪽으로 빠져나가는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토질이 비옥하고 넓은 평야 지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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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4.01.2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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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짜다황영기몸살 난 집을 데리고 경주로 가자빈 노트가 스케치하기 전 살며시 문을 열어비에 젖어도 바람에 옷이 날려도 좋아, 아무렴 어때나갈 때 잊지 말고 우산을 챙겨줘돌아온다는 생각은 깊은 장롱 속에 넣어두고먹다 만 밥은 냉동실에 혼자 두고머리는 세탁기에, TV는 버리고 발가락이 듣고 싶은 곳으로실선으로 그려진 옷소매에 손을 넣고 버스에 올라별이 기웃거리기 전에 도착해야 해능소화 꽃잎 같은 사연을페달에 담아 바람에 날리자친구가 필요할 거야 그럴 때는 친구를 잊어무덤 속 주인이 말했다지퍼처럼 잎을 내렸다 올리고꽃은 단추처럼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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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서영
2024.0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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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문덕의 몽중인“대장군, 잠시도 지체하면 안 되오. 고구려 기병대가 추격해오고 있소이다.”“시끄럽소이다. 당신은 총애하는 부하가 전사하여도 그리 비정하게 말할 거요? 살고 싶으면 당신이나 먼저 가시오.”우중문이 우문술을 향해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대장군들은 싸우지 마시오. 좌익위대장군 말씀이 맞아요. 곧 고구려군이 들이닥칠 것이오. 빨리 이곳을 떠나야 하오.”유사룡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싸움을 말렸다.“저 압록수에도 우리 별동대를 기다리는 야수 같은 고구려놈들이 있을 것이오. 유 위무사, 어찌하면 좋소?”“대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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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뉴스
2024.01.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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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살수대첩“수나라 오랑캐들을 죽여라. 한 놈도 강을 건너게 해선 안 된다.”고구려 철갑중기병을 지휘하는 장수의 명령이 떨어졌다. 강기슭에 숲속에 숨어있던 고구려 기병대가 나타나자 별동대는 눈이 뒤집혔다. 별동대는 서로 먼저 도망치려다가 고구려군의 칼을 맞고 절명하거나 강물로 뛰어들었다가 화살을 맞기도 했다. 별동대는 제정신이 아니었다.우문술은 자신을 호위하는 친위부대 백여 명과 함께 뒤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우문술은 도망치면서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지만 끝내 일록은 보이지 않았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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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4.01.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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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의 아들남쪽에서 뽀얀 흙먼지를 일으키며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는 고구려 기마대가 달려오고 있었다. 낙오된 별동대 병사들은 비명을 지르며 뛰었지만, 비호처럼 달려드는 고구려 철갑중기병대의 추격을 따돌릴 수 없었다.“공격, 오랑캐 놈들을 살려두지 말라.”기병대를 이끄는 고구려 장수가 소리쳤다. 지축을 흔들며 달려오는 고구려 기병대가 도망치는 별동대의 후미부터 공격을 시작하였다. 제 한 몸도 가누기 어려운 별동대는 추풍낙엽이었다. 고구려 기병대의 칼날 아래 그들은 피를 뿌리며 처참하게 죽어갔다. 순식간에 낙오된 별동대 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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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4.01.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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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맛명서영영원히 썩지 않는 맛은 어떤 향기가 날까공이 선을 넘었는지 선이 공을 넘었는지 상대 선수와 맞선다섣부른 분위기가 숨죽이고 침묵하는 간석동 하늘 탁구장뿔 돋은 나 불꽃 튀는 선제공격으로 분위를 제압한다공은 이편도 저편도 아니라는 듯 소낙비 잰걸음으로 사라지고수세에 몰린 그녀가 단번에 당당한 기세로 항복, 싱겁다헛손질이라도 스매싱에는 푸싱으로 손 뻗어야 짭짤하지분위기는 편파적으로 상대편에게 쏠린다패로 뿔 잘린 나 찌그러진 공 되어 구석에 흥건히 굳어간다앵글에 잘못 잡힌 배경처럼 대낮에 뜬 초승달얼어붙었던 실내가 금세 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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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서영
2024.01.0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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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나라 오랑캐를 섬멸하라태왕은 웅록의 가녀린 손을 잡아주었다. 웅록은 태왕의 치하에 그만 눈물을 쏟고 말았다. 태왕이 웅록에게 손수건을 건넸다. 옆에 서 있던 을지문덕은 헛기침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달래려고 애썼다. 일개 참모가 태왕에게 치하를 듣는 일은 거의 없었다.“폐하, 이 길로 웅록 부관과 곧장 살수로 달려가겠습니다. 폐하의 지엄하신 명령대로 오랑캐들을 섬멸할 것입니다.”“짐은 을지 장군과 웅부관을 믿습니다.”태왕의 목소리도 가라앉아 있었다. 을지문덕과 웅록이 기마대 수천 명을 이끌고 북녘을 향해 달렸다. 태왕은 망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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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12.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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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의 어머니해무성의 조상들은 고구려 건국 시조인 추모왕(鄒牟王)때부터 6백 년 가까이 고구려의 주요 직책을 맡으며, 나라가 위험에 처했을 때마다 몸을 아끼지 않고 구국에 힘을 쏟았다.“수나라 별동대를 살수와 압록수에서 대파한다는 기존 계획에는 변동이 없는 것인지요? 또한, 아군의 공격 방법은 기존처럼 철갑 중기병대(重騎兵隊)가 주축이 되고 궁병(弓兵)과 보병(步兵)이 지원해야 하는지요?”“폐하, 소장도 감히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해무성의 질의가 끝나자마자 왕실 인사로 대모달(大模達) 벼슬을 하는 고등(高鄧)이 태왕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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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12.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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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군의 청야전술사내의 밭은 숨소리가 한바탕 들려오면 곧이어 여인의 가냘픈 신음과 비명이 은은하게 막사 밖으로 흘러나왔다. 막사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올 때마다 초병들은 전율하며, 아랫도리를 잡고 요상한 짓을 해댔다.유사룡은 밤마다 육욕(肉慾)의 향연에 빠진 우중문을 탓하며, 자신의 막사로 돌아가야 했다. 그는 돌아가다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북두칠성의 일곱별 중 탐랑성(貪狼星), 파군성(破軍星), 칠살(七殺)이 형성한 격국의 형태가 오늘따라 밝게 빛나고 있었다.‘살파랑(殺破狼), 살파랑, 우리 수나라 별동대는 살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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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12.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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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족부인 다시 아들을 만나다웅록은 주머니에서 작은 지도를 꺼내 고구려군의 공격 지점과 전술을 상세히 일러주었다. 삼록은 웅록과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서 수시로 막사 출입문을 주시하였다. 웅록은 모든 기밀 사항을 삼록에게 일러주고 나서 다시 한번, 다짐을 받았다.아들을 의심해서가 아니라 20여 년 동안 떨어져 지낸 모자지간이라 행여나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는 차원이었다.“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별동대는 살수에서 거의 전멸될 겁니다. 어머님 말씀대로 저희 형제는 별동대가 섬멸된 후에 어머님을 따라 서역(西域)으로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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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12.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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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갈비-연쇄작용명서영 그가 먹구름으로 뜨면 나는 비를 퍼붓는다 가끔 폭풍우까지우리 싸움의 시점(始點)과 시기(時期)는 질량보존법칙이 불가한 바람의 크기흐지부지한 뒤끝도 반전도 내일 날씨다살점은 일찍 기권하고 사라진 자리 뼈들만 수북이 쌓였다물고 뜯을 더 이상 먹을 것이 없는 갈비들많았던 말이 입을 닫는다 분위기도 닫힌다업어치기로 눕혔으나 타격이 허기가 진다먹구름만 가득 고대(古代)까지 덮은 싸움보다 더 간절한 식탐일정한 간격으로 연쇄반응을 거부한 갈비뼈들도망자로 추적자로 쫄깃한 맷집과 딱딱한 오만은 막대기에 불과했다뼈들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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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서영
2023.12.05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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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해석“그럼, 내가 을지문덕이 우익대장군에게 보낸 ‘여수장우중문’이란 제목의 오언고시를 풀이할 테니 잘 들어보시오. 아, 다른 장수들도 내가 풀이하는 시문을 잘 들어보시구려. 에헴-.”유사룡이 점잔을 빼면서 입을 열었다. 기구인 神策究天文(신책구천문)을 유사룡은 ‘우중문 우익위대장군이 귀신도 곡(哭)할 정도의 뛰어난 전술로 고구려군을 싸울 때마다 물리쳤으니, 하늘의 이치를 아는 유능한 장수이다. 승구의 妙算窮地理(묘산궁지리)는 우중문 대장군의 정확하고 빈틈없는 계산은 땅의 귀신들도 탄복하였다.전구로 쓴 戰勝功旣高(전승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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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12.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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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갈비–작용 반작용명서영 먼지는 털자 돈은 쌓자 확실한 반응과 화끈한 싸움까지 사사건건 부딪치는 그와 나는 판크라티온 다른 갈비뼈에서 왔을 힘겨루기 선수길과 길이 같은 곳에서 파생되었다는 이론체계는 신뢰가 빨갛다 어불성설이다잠깐 싸움이 멈춘 휴식 시간 우리 고깃집으로 간다승자만 기억하는 재활 안 된 길이 길을 틀 때식당은 2라운드 싸움 한 상을 잘 차려냈다둥근 식탁 한가운데 숙성된 나체의 장작불이 빙빙 분위기를 빨갛게 달군다안줏발 잘 받는 소주가 탐욕 한 잔을 꿀꺽 삼킨다탐색 시간이 노릇노릇 구워지는 동안 훅 날아오는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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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서영
2023.11.28 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