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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해석“그럼, 내가 을지문덕이 우익대장군에게 보낸 ‘여수장우중문’이란 제목의 오언고시를 풀이할 테니 잘 들어보시오. 아, 다른 장수들도 내가 풀이하는 시문을 잘 들어보시구려. 에헴-.”유사룡이 점잔을 빼면서 입을 열었다. 기구인 神策究天文(신책구천문)을 유사룡은 ‘우중문 우익위대장군이 귀신도 곡(哭)할 정도의 뛰어난 전술로 고구려군을 싸울 때마다 물리쳤으니, 하늘의 이치를 아는 유능한 장수이다. 승구의 妙算窮地理(묘산궁지리)는 우중문 대장군의 정확하고 빈틈없는 계산은 땅의 귀신들도 탄복하였다.전구로 쓴 戰勝功旣高(전승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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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12.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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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갈비–작용 반작용명서영 먼지는 털자 돈은 쌓자 확실한 반응과 화끈한 싸움까지 사사건건 부딪치는 그와 나는 판크라티온 다른 갈비뼈에서 왔을 힘겨루기 선수길과 길이 같은 곳에서 파생되었다는 이론체계는 신뢰가 빨갛다 어불성설이다잠깐 싸움이 멈춘 휴식 시간 우리 고깃집으로 간다승자만 기억하는 재활 안 된 길이 길을 틀 때식당은 2라운드 싸움 한 상을 잘 차려냈다둥근 식탁 한가운데 숙성된 나체의 장작불이 빙빙 분위기를 빨갛게 달군다안줏발 잘 받는 소주가 탐욕 한 잔을 꿀꺽 삼킨다탐색 시간이 노릇노릇 구워지는 동안 훅 날아오는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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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서영
2023.11.2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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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문덕 최후의 일격을 준비하다우중문의 말에 웅록과 녹족 삼 형제는 또 한 번 가슴을 졸여야 했다. 웅록이 얼른 답변하지 못하자, 진진이 끼어들며 웅록을 안심시켰다.“대장군, 물어보나 마나이지요. 곧 백기를 들고 고구려 만조백관과 몰려올 겁니다. 웅부관은 늘 미리 달려와 보고하는 직분이니, 기다려 보시지요.”웅록은 진진이 고마웠지만, 우중문이 자꾸만 곤란한 질문을 할 것만 같아 엉뚱한 답변을 하였다.“소관은 대장군께 전하는 서신을 가져왔을 뿐입니다.”“뭐라, 서신이라고? 고구려 왕은 매번 서신만 보내니 무슨 꿍꿍이인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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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1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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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족부인 다시 적진으로 가다세작들에 의해 매일 보고되는 수나라 별동대의 상황을 접하면서 태왕은 이번 작전이 상당한 위험이 따르지만, 고구려군이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장군님, 다녀오겠습니다.”“무사히 다녀와야 하네. 답장은 받아올 필요 없네. 그 서신만 우중문에게 건네고 돌아오면 되는 것이네.”“장군의 명을 받잡겠습니다. 장군님, 소관의 절을 받으십시오.”“아니, 왜 그러는가? 다시는 못 볼 사람처럼 말이야. 이러지 마시게.”을지문덕이 웅록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으나, 그는 말을 듣지 않고 기어이 을지문덕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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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11.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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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꽃잎명서영 아슬아슬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도움닫기를 하는 빨래살바람을 등에 지고 밭일하시던 어머니너덜너덜 흙 묻은 어머니 해진 버선꽃바람을 타고 떠내려온뽀얗고 누런 어머니 냄새내 앞으로 어머니가 밀친내가 타고 세상 풍랑을 건널날개를 활짝 편 돛단배 하나한그루 목련나무는 꽃을 피우지만 그 꽃은 빨래가 되고, 어머니 흙 묻은 해진 버선이 되고, 뽀얗고 누런 어머니의 냄새가 된다. 내가 타고 건널 풍랑을 이미 알고 있었던 엄마는 내게 타고 갈 돛단배 하나를 꽃잎으로 밀친다. 험한 세상을 건널 때 활짝 날개를 펼칠 돛단배이니 목련나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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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서영
2023.11.12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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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장우중문戰勝功旣高(전승공기고) - 그대가 싸움마다 이겨 군공(軍功) 이미 높으니 잠시 차 한잔을 마시고 가벼운 체조를 마친 을지문덕이 다시 붓에 먹물을 묻혔다. 웅록은 다시 한번 가슴을 졸이며 그의 붓끝을 응시하였다.전구(轉句)를 써 내려가는 그의 손이 약간 떨리는 듯했다. 웅록은 전구를 쓰고 잠시 창밖을 응시하는 을지문덕을 위해 얼른 빈 찻잔에 찻물을 부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순간 일직선이 되었고 웅록의 얼굴이 붉게 물들며 심장이 요동쳤다. 기문둔갑술 – 천시(天時)와 지리(地理)와 인화(人和)가 조화를 이루어 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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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11.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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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문덕 시를 짓다을지문덕은 노래하면서 고향에 두고 온 아내를, 그리고 동시에 지금 곁에 있는 웅록을 생각했다. 사나이의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음성이 막사 안에 가득 찼다. 웅록은 을지문덕의 노래에 감정을 이입하며 빠져들었다.念我之獨 염아지독誰其與歸 수기여귀외로운 이내 몸은뉘와 함께 돌아갈꼬유리왕의 두 왕비 치희(雉姬)와 화희(禾姬)는 유리왕을 사이에 두고 서로 질투하며 헐뜯다가 한나라 출신 치희가 친정으로 돌아갔다. 유리왕이 말을 달려 치희를 쫓아갔으나 그녀는 이미 한나라 땅으로 넘어간 뒤였다. 유리왕은 상심하여 돌아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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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1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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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보선창박수호 지워져 버린 곳늘 바다가 밀려와서 일렁거렸다어느 날은 더 깊숙이 밀고 들어왔고땅으로 기어오르고 싶어 했다어떤 때는 심드렁해서뒤척거리며 어른거리다가몸을 돌려 나가버리기도 했다어부는 물때에 맞춰 바다로 나갔다가조금이 되면 선창에 배를 댔다그런 날은 등불은 일찍 꺼졌지만집마다 두런거리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그렇게 골목마다 쏟아진 새끼들을바다는 흔들어 키웠다봄여름가을겨울또 봄여름 가을 이어 겨울콧수염이 거뭇해질 무렵선창 선술집에서 얼큰히 취해흘러나오는 뱃사람들의 젓가락 장단에목포의 눈물을 들으며하나둘 선창을 떠났고계절은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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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서영
2023.11.0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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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문덕의 은애“장군께서는 고구려에서 이름난 문장가 아닙니까? 그런데 무식한 오랑캐들이 장군님의 시문을 읽을 수 있을지 의심입니다.”“우중문이나 우문술을 겨우 문자나 읽을 수준이고 유사룡이란 자는 제법 글줄깨나 읽은 자로 알고 있네, 그자라면 나의 의중을 알 수도 있을 것일세. 그 세 놈 다 까막눈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웅부관, 투구와 갑옷을 벗게. 이 막사 안에는 나의 허락 없이 아무도 못 들어온다는 것을 알지 않는가? 자네가 들어오고 나서 막사 밖에 있던 보초병들을 백 보 이상 떨어지게 했네.”을지문덕의 말에 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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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10.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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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나라군 휴식을 취하다“소장은 반대입니다.”우문술의 좌장인 일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아니, 저놈이 직속 상관인 나의 의견에 정면으로 반대해? 지난번에도 공개석상에서 나를 우습게 만들더니, 오늘 또 나를 바보로 만들 셈이야?’우문술은 일록의 반대 입장에 하늘이 노래지는 것을 봐야 했다.“오호-, 번일록 좌장이 요즘 제법 말을 할 줄 아는구려. 어디 말해보시오.”우중문은 우문술의 좌장이 일어서자 얼른 발언권을 부여했다. 여러 장수는 그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까 기대 반 우려 반으로 그를 응시했다. 일록의 두 아우도 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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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10.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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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성 삼십 리 밖행군이 멈추고 잠시 쉬는 틈을 이용해 상태가 안 좋은 병사들은 풀숲이나 숲속에 아무렇게나 누워 주린 배를 쥐어 잡고 고통스러워했다. 다른 병사들은 들로 산으로 퍼져서 먹을 것을 찾느라 야단이었다.들판에는 고구려군이 미처 제거하지 못한 곡식이 약간 남아있었다. 병사들이 날곡식을 뜯어 입안에 쑤셔 넣느라 제정신이 아니었다. 콩 껍질도 까지 않고 날로 먹다가 캑캑거리는 병사, 누렇게 말라 죽은 채소 잎사귀를 입에 넣고 질겅질겅 씹는 병사, 반쯤 썩어 문드러진 호박을 우걱우걱 씹어먹는 병사 등 들판과 야산에 병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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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10.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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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노수옥감자꽃 피던 마을을 지나빈 수수밭을 지나구월의 꼬리를 밀어내고 시월이 온다바람에 흔들리던 코스모스의 몸짓과모가지가 사라진 해바라기 밭도 지나왔다정수리에 서리가 내린 시월우듬지를 타고 오르던 물기가공기층으로 흩어진다휘어진 갈대의 허리에는 기러기 울음이 묻어있다거두지 못한 늙은 호박의 이마 위로찬바람이 다녀가는 밤누군가는 밤새워 스웨터를 짜고또 누군가는 부치지 못할 편지를 쓰고 있을 것이다간이역은 귀를 세우고 놓쳐버린 발소리를 듣고 있다바람의 속도가 빨라지면 저녁은 서둘러 창문을 닫고속살이 붉은 가을의 내력을 읽는다땅거미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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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서영
2023.10.08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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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군의 유인작전을지문덕은 마침 태왕이 잠시 전방 시찰을 왔을 때 웅록의 비밀에 대하여 모두 고했다. 태왕은 웅록의 존재에 대하여 알고는 있었지만, 자세한 사항은 알지 못했다. 태왕은 그녀의 세 아들이 별동대의 수뇌부로 있다는 사실에 더더욱 놀라며 웅록을 불러 여러 가지를 물어보기도 했다.태왕은 을지문덕에게 수나라 별동대에 있는 웅록의 아들들과 수시로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수단을 취하고 작전을 구상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을지문덕은 수나라 말을 제법 할 줄 아는 병사 서너 명을 차출하여 세작(細作)으로 정하고 수나라 병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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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10.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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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지엄한 명령진진이 큰소리로 외치자 여러 장수도 우중문처럼 손뼉을 치면서 ‘하오’를 연발했다. 그러나 우문술과 유사룡은 마치 벌레 씹은 얼굴을 하고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그 두 사람을 녹족 삼 형제가 노려보았다.“여기 항복문서입니다.”웅록이 고구려 태왕의 항복문서를 우중문에게 건넸다. 우중문이 그 자리에 서서 고구려 태왕의 인장이 선명하게 찍힌 문서를 펼쳐 들고 읽어내려갔다. 항복문서를 읽던 우중문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지면서 웅록을 노려보았다. 진진이 얼른 우중문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이 귓속말을 나누더니 진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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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09.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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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항복문서한여름 밤은 병사들을 더 지치게 했다. 고구려군을 추격하며 남쪽으로 진격하는 별동대는 낮에는 고구려군의 기습에 시달리고, 밤에는 모기와 뱀 등 해충에 시달렸다. 며칠 전에는 별동대가 야트막한 산지에서 야영하다가 수백 명의 병사가 독사에 물려 수십 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밤마다 기승을 부리는 모기떼는 별동대의 피를 빨았다. 다음날 일찍 녹족 삼 형제의 예상대로 고구려군 진영에서 사람이 왔다며, 병영의 앞면에 설치된 초소가 왁자지껄했다.“우리는 고구려군 진영에서 온 사절이다. 너희 총사령관에게 할 말이 있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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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뉴스
2023.09.23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