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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나라 진영의 내분우문술도 우중문의 기세에 눌리거나 꺼둘리지 않으려고 무진히 애를 썼다.“우중문 대장군, 좌익위대장군의 의견도 일리가 있어요. 어쩌면 우리 별동대가 고구려놈들의 전략에 말려들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재고해보셔야 합니다. 별동대가 타국 땅에서 고혼(孤魂)이 되는 것보다 회군하여 재정비하는 편이 좋습니다. 작전상 후퇴는 황제 폐하께서도 뭐라 나무라지 않을 것입니다.”이번에는 잠자코 있던 유사룡이 끼어들어 우문술을 거들고 나섰다. 두 사람이 철군을 말하자 우중문도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고집대로 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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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뉴스
2023.09.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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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지의 노래허민 나를 스쳐간 독자여지나온 생을 되돌아보는 밤이다구멍 난 가슴 한쪽 스스로를 위한작은 부고 기사 하나 실어보지 못하고결국 이렇게 끝을 맺는 밤이다낡은 집 바닥에 젖은 채 누워한껏 페인트나 풀을 뒤집어쓰거나먹다 남은 짜장면 그릇 따위 덮고 있을 줄몰랐던 쓸쓸한 밤이다노숙인의 유품이 되어 그의 마지막 겨울을나의 마지막으로 덮게 될 줄 몰랐지만마지막까지 나를 필요로 했고나는 그의 외로움을 가려주었으니조금은 괜찮았던 밤이다생이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으니내가 한 그루 푸르고 싱싱한 나무였을 적한 여인이 내게 등을 기댄 채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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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서영
2023.09.0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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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평양성압록수의 물이 장마 이전의 수준으로 되면서 수나라와 고구려군 사이에 점차 긴장이 높아져 갔다. 을지문덕은 수나라 별동대가 곧 압록수를 건널 것을 예상하고 그들을 맞을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수나라 별동대는 요동에서 압록수까지 오면서 고구려군과 전투다운 전투를 해보지 못했다.고구려군을 맞아 싸우는 것보다 무거운 군장(軍裝)을 메고 천리(千里) 가까운 길을 행군하는 게 더 어려웠다. 별동대는 백 일 분의 군량과 갑옷, 무기 등을 짊어지고 고난의 행군을 해야 했다. 마치 큰 돼지 한 마리를 업고 가는 것과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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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09.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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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족 형제 을지문덕을 구하다을지문덕과 수행원 두 명이 수나라 진영을 빠져나와 동쪽을 향해 말을 달렸다. 을지문덕 일행이 돌아가고 나서 우중문은 삼록을 불렀다.“대장군, 찾으셨습니까?”“내가 아무래도 실수를 한 것 같다. 유사룡이 나에게 흥글방망이놀은 게 틀림없다. 을지문덕을 체포해야 했다. 촐랑이 유사룡의 체 치 혀 때문에 대사를 그르친 게 분명하다. 삼록대장은 구록대장과 병사 열 명을 데리고 을지문덕을 추격하여 잡아 와라.”“알겠습니다.”우문술도 을지문덕을 보내놓고 나서 곰곰이 생각하니 유사룡에게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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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08.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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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문덕을 잡아라“나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황제께서도 을지문덕을 보면 사로잡아 압송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우문술도 을지문덕을 체포하는 데 동의하였다.“안 됩니다. 절대로 그리하면 안 됩니다.”유사룡이 우문술과 우중문의 의견에 반대하였다.“위무사, 황제 폐하께서 을지문덕을 보면 사로잡아 압송하라고 나와 우문술 장군에게 밀명을 내리셨습니다. 황제의 명령을 거역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우중문의 눈이 황소눈 처럼 커졌다.“우익대장군 말이 맞소. 황제께서 그리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그런데, 상서우승께서 어찌 반대하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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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08.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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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의 자세최형만 참숯이 불판을 달구고 있다조개는 숯불의 바람을 들어주려는 듯턱턱거리며 제 몸을 풀어낸다무지근한 비명에 통증을 세우고소금기 가득한 바다를 벌리는 거다물컹한 속살 내밀 때는해풍에 실린 갯내의 기억에따개비도 뜬눈으로 엿봤을 것이다그늘진 길로 흘러든 갯물처럼하얗게 껴입은 물꽃을개흙으로 풀어내는 갯벌의 시간신트림을 게우고서야 눈을 감았다저문 빛에 올라탄 바닷새들이남은 온기에 몸을 부비는 동안해름의 물너울에 가라앉은 바다나는 철 지난 물의 통점을 본 적이 있다툭툭 치고 가는 갯바람에, 조가비도저만치 두고 온 생의 바닥을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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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서영
2023.08.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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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기만하다유사룡이 혼잣말로 중절 거리자 우중문은 그를 반 거둘 충이 취급하며 무시하려고 했다. 그러나 유사룡은 황제가 보낸 위무사였고, 조정에서 벼슬도 자신보다 위에 있었기 때문에 대놓고 막말을 하기가 거북스러운 존재였다.“어제 웅록이란 전령이 와서 장군이 오늘 우리 수나라군 군영으로 오신다는 통보를 전하고 갔습니다. 우리는 장군께서 이 전쟁을 끝내고 양국이 화평하게 지낼 수 있는 파격적인 방안을 가져왔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우문술이 먼저 운을 뗐다. 을지문덕이 찻잔을 내려놓았다.“우리 고구려군은 귀국의 대군을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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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08.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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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문덕의 염탐“두 분 장군께서 이 사람을 따뜻하게 맞아주시니 고맙습니다. 우리 고구려에도 차가 다양하게 있습니다. 이 사람은 고구려 인삼을 달인 차를 즐겨 마신답니다.”을지문덕이 탐스러운 수염을 쓸어내리며 여유를 부렸다.“호오, 고구려 인삼이 몸에 참으로 좋다는 소문을 이미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내가 평양에 입성하면 인삼차를 실컷 마셔봐야겠습니다. 인삼이 남자들 정력을 보강하는 데 좋다고 하는데요? 요즘 들어 내가 정력이 달려서 그런지 밤일이 시원치 않습니다.”우중문이 너털웃음을 흘리며 분위기에 맞지 않는 말을 했다.“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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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08.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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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푸른 타자기를 치다김성배내 심연에 푸른 타자기 한 채 살고 있다탁, 탁, 탁사부자기 맨발의 유채꽃이 자진모리로 나서서서성이던 파도가 굿거리장단 흥얼거리는진지리길을 따른다옷깃을 여미던 등대만 바다를먹끈의 어둠으로 적어나가고 있다참꽃 각질이 이는 하늘이 시든다질 줄 아는 것이 피는 법도 안다고입술 다 닳도록 파도가 바위에 쐐기문자를 새긴다곰삭은 노을은 몸이 단 수평선에이백여섯 개 뼈가 뒤틀리는절정의 죽방렴을 쳐 놓는다아직도 바람을 헤메던나의 바다를 이렇게 엮어내기가 힘겨울까파란 여백 위에 몸을 부려놓지만숨찬 파도 얼룩 같은 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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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서영
2023.07.3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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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에 든 을지문덕“을지 장군, 어서 말에서 내려 대수나라 별동대를 지휘하시는 우중문 대장군님과 우문술 대장군님께 하배(下拜)하시오.”“진진 통역사, 나는 고구려 태왕 이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절을 하지 않소이다. 나는 고구려군의 총사령관으로 두 분 장군들과 강화협상(講和協商)을 하려고 왔소이다.”을지문덕이 말 위에서 불쾌한 얼굴로 진진의 말에 대꾸하자, 배불뚝이 사내와 파란색 비단옷을 입은 사내가 얼른 을지문덕 앞으로 다가왔다.* 한푸 – 중국 전통 남자 옷으로 아래위가 통으로 되어있다.“어서 오시오. 나는 우중문이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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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07.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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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문덕 적장을 대면하다“자네, 조금 전에 나하고 나는 이야기는 죽을 때까지 비밀로 해야 하네. 우리 두 사람이 나는 이야기에 수나라의 운명이 걸려있네. 그리고 나는 산에 올라가 천문을 관찰해야 하네. 미안하지만 나머지 술은 나중에 마시세.”일록은 유사룡의 막사를 나오면서 배꼽을 잡았다. 일록은 자신의 막사로 돌아와서도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삼록과 구록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맑았던 밤하늘은 비가 내리려고 하는지 먹장구름이 끼며, 멀리서 천둥소리가 간간이 들렸다. 세 형제는 어머니 웅록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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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07.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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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파랑유사룡(劉士龍)은 *홍농현(弘農縣) 사람으로 매우 영특하고 재주가 많이 황제 양광의 총애를 받았다. 제2차 여수(麗隨) 전쟁이 발발하자 우문술과 우중문이 이끄는 별동대에 상서우승(尙書右丞)의 벼슬에 있으면서 위무사로 종군하고 있었다.우문술과 우중문도 양광의 총애를 받는 유사룡의 말을 무시하지 못했다. 그는 창칼을 들고 전투를 하는 무관(武官)은 아니었지만, 병법을 알고 별들의 움직임을 파악하여 우문술과 우중문에게 자문하였다. 그러나 그의 병법과 점성(占星)은 완벽한 것이 아니었다.“상서님, 우선 잔부터 받으세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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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07.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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