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피지기“우리 군은 대부분 산성에 발이 묶여 있습니다. 약 오만명의 병력으로 요동 지역에서부터 이곳 압록수까지 수나라 별동대를 상대로 치고 빠지는 식으로 접전을 이어왔습니다. 저들이 지칠 때까지 계속 이대로 이끌고 가는 게 좋을 듯합니다. 전술을 바꾸다가는 전 병력이 혼란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비장의 말 끝나자 돌격대의 고 군관이 의견을 말했다.“우리의 전략과 전술은 이미 수나라 지휘부에 알려졌습니다. 이제는 색다른 전술을 모색할 때입니다. 수나라군도 지쳤지만, 우리 군도 상당히 지친 상태입니다. 수나라 군대를 격퇴하고
기고
최재효
2023.04.15 08:56
-
녹족 9형제녹족도 식음을 전폐하고 두문불출하며 집에만 있다가 결심한 게 있어서 남장하고 집을 떠났다. 그녀는 조의선인 집단의 일원이 되어 자식과 남편의 원수를 갚고자 했다. 그녀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고 수나라 해적들이 자식들을 납치해갔다고 결론을 내렸다.고구려의 젊은이들은 조의선인 집단에 들어가 출세하는 것이 가장 큰 희망이었다. 고관대작이 되기 위해서는 출신성분이 중요했다. 고구려는 5부 연맹체로 출발한 나라여서 초기에는 연노부, 절노부, 순노부, 관노부, 계루부(桂婁部) 등 5부족 출신의 이름있는 가문이 아
기고
최재효
2023.04.08 06:00
-
오목한 기억김나비나는 걸어다니는 화석이지아득한 어제의 내일에서 말랑말랑하게 오늘을 사는지금 난 미래의 어느 지층에서 숨을 쉬고 있는 걸까오지 않는 시간 속, 닿을 수 없는 먼 그곳엔오늘이 단단하게 몸을 굽고 있겠지거실에 흐르는 쇼팽의 녹턴도 조각조각 굳어 가겠지밤마다 창 밖에 걸었던 내 눈길도오지 마을 흙벽에 걸린 마른 옥수수처럼 하얗게 굳어 있을거야이번 생은 사람이라는 포장지를 두르고 살지만삐걱이는 계단을 밟고 내려가면지하 1층쯤 지층에는내가 벗어버린 다른 포장지가 파지처럼 구겨져 있겠지기억이 모두 허물어진 나는 나를 몰라도 어둠
기고
명서영
2023.04.06 13:25
-
-
-
-
사슴이 낳은 여인을지문덕은 요하에 군사를 배치하여 수나라 군대가 요하를 건너지 못하도록 했다. 요하를 사이에 두고 고구려와 수군의 공방전이 2개월가량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수나라 병사 4만여 명이 고구려군에게 죽임을 당했다.이때 용맹하기로 소문난 수나라 좌둔위대장군 맥철장(麥鐵杖)도 고구려군 칼에 목이 떨어졌다. 고구려는 요하(遼河)를 제1 방어선으로 하고, 압록수를 제2 방어선으로 하며, 최종적으로 살수와 *패강(浿江)을 마지막 보루로 삼고 있었다.수나라 군대가 요하를 건너자 을지문덕 장군은 고구려군을 작전상 요동성(遼東
기고
최재효
2023.04.01 06:00
-
무 싹을 바라보는 견해들고은희잘라놓은 반 토막 무에서 싹이 돋아 나왔다.할머니는 처녀 적 사립문 같다고 하고 아버지는 막 빠져나오는 송아지 같다고 하고 나는.혁명 같다고 했다.연속 재배하면 벌레 먹고 풀이 날개를 치면 한없이 나약해져 버리는 무. 두더지가 지나간 자리를 싹둑 잘라 두었던 것인데, 잘린 쪽은 이미 구름으로 덥혀 져 있다. 구름의 본성은 땅으로 스며들고 스며든 본성이 하늘을 닮아간다는 것, 부채 살 같이 퍼진 무의 속을 보면 알 수 있다.무는 흰 구름과 파란 하늘이 함께 들어 있는 채소라서 무를 여러 번 말하면 맵고 지
기고
명서영
2023.03.31 10:54
-
-
폭풍전야양광이란 허릅숭이 황제가 또 광증이 발작하여 수나라 젊은이 113만 명을 강제로 끌어모아 전쟁터로 내몰았다. 병참지원과 잡역 등에 동원된 잡부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3백만 명에 가까웠다.양광의 아비는 수나라를 건국한 양견(楊堅)이었다. 그는 14년 전 고구려 *고대원(高大元) 태왕이 수나라에 입조하여 자신에게 하례를 올리지 않는다는 빌미로 30만 대군을 동원하여 고구려를 침범했다. 수나라 군대는 육로와 해로를 통해 고구려로 쳐들어왔다.그 당시 주라후가 이끄는 수나라 해군은 황해를 건너 평양으로 향하는 도중에 폭풍을 만나
기고
최재효
2023.03.25 06:00
-
-
-
-
-
*담배 끊고 살찌면,오히려 심뇌혈관 건강에 나쁘지 않나요?‘담배를 끊으면 살이 찌고 건강에 더 해롭다’, ‘전자담배는 덜 해롭다’. 흡연자들은 흡연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다.그러나 결론은 ‘아니다’이다. 살이 약간 찌더라도 흡연보다는 덜 해롭고 전자담배는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더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젊은 사람들은 흔히 건강관리는 40세 이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또 20~30대에 당면하는 여러 과제들 때문에 건강을 소홀히 하는 경우도 있다.특히, 금연이나 절주를 권하면 흡연과 음주가 사회생활에 필요하다면서 끊
기고
건강관리협회 인천지부
2023.03.22 11:02
-
-
이등령 애가(哀歌)“어르신! 저 박달입니다. 그간 무탈하셨습니까?”대문을 열자 박달이 땅바닥에 넙죽 엎드려 최대호에게 절을 하였다.“자, 자네! 박도령?”두 사람은 잠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멍하니 서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박달의 모습은 너무 초췌하고 여위어 있었다. 하지만 분명히 반년 전에 닷새 동안 머물던 박달이 분명했다. 박달이 덜덜 떨고 있었다.‘누구라고? 박달이라고?’봉양댁도 남편이 밖으로 나가자 대문 쪽으로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녀도 밖에서 ‘박달’이라는 소리를 얼핏 듣고 반사적으로 일어섰다.“여보! 금봉 엄마
기고
최재효
2023.03.18 06:00
-
다시 찾은 평동 벌말딸을 차가운 땅속에 장사지내고 집으로 돌아온 최대호는 술로 쓰라린 속을 달래며 흐느꼈다. 봉양댁은 머리를 싸매고 누워 딸의 이름을 부르며, 가슴을 쥐어뜯었다. 금봉이의 고모와 이모들은 봉양댁이 행여 외동딸을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행동을 할까 걱정이 되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아가야, 미안하구나. 이 아비를 원망해다오. 아비도 세상 살고 싶은 마음이 없구나. 괜찮은 사위를 얻어 외손봉사(外孫奉祀)을 받으려 했는데 이제는 모든 게 물거품이 되고 말았구나.”“오빠, 어쩌겠어요. 그 애 팔자가
기고
최재효
2023.03.11 06:00
-
나는 문경새재의 저녁으로 눕는다황종권이것은 곰의 갈비뼈 속으로 날아간 길이다저 억새풀이 곰의 털이라는 것을 바람만이 안다뻣뻣하지만 구불거리는 나무는 곰의 이빨돌부리에 넘어진 무릎만이 비로소 신발 끈을 매고첩첩 뿌리로부터 멀어지는 꽃들이 곰의 위장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발자국을 밀어올리는 것은 길이 아니라곰의 숨소리, 으스스 별자리가 돋는 것도제 등허리를 바위에 긁은 까닭이다발목이 늘 벼랑인 사람들이 있다떨어지지도 주저앉지도 못하는 힘으로아비가 될 사람들은 발목에 불씨를 지폈으리라아니 발바닥에 물집 잡히는 힘으로신열 들키지 않게 제 짐
기고
명서영
2023.03.10 0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