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일구는 남동사람들 <2> 효를 실천하는 한창완 홍경미 부부

▲ 수산동에서 토마토 농사를 지으며 치매를 앓고 계시는 부친을 정성스럽게 모시는 한창완(오른쪽) 홍경미 부부. 남동구민의 날을 맞아 받은 구민상(효행부문)을 들고 부친과 사진을 찍고 있다.

“저희보다 더 힘들게 사시는 분들이 훨씬 많은데... 어떻게 힘들다고 말할 수 있겠어요. 저희는 정말 힘들지 않아요. 자식이 부모를 모시는 것이 뭐 큰 일했다고... ” 남동구 수산동에서 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는 한창완(47)씨의 부인 홍경미(46)씨는 집 거실에서 치매로 앉아있는 아버님(한동수ㆍ85)을 보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한 씨는 얼마전 시장과 전ㆍ현직 구청장, 국회의원 및 남동지역 기관단체장과 시민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구민의 날 기념식에서 '자랑스런 구민상'(효행부문)을 받았다. 상은 한씨 명의지만 부부가 같이 받은 셈이다.

지난달 26일 수산동 안쪽 배밭이 무성한 굽이친 길을 지나 한 씨의 집의 도착했다.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를 비롯 부인과 3자녀가 함께 사는 보기 드문 대가족인 한씨의 집은 그 많은 가족이 모두 살기에는 조금 작아 보이는 집이였다.

그는 10년 전부터 치매를 앓고 관절염으로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극진히 모시고 있다. 동네 행사나 경로당 봉사 활동 등 지역 일도 마다하지 않은 그의 선행은 이미 동네에 자자하다.

한 씨는 카메라를 들이 대자 얼떨떨한 굳은 얼굴로 응했다 “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아버님 모시느라 오히려 제 처가 더 힘들죠. 농사일 하면서 어른을 모시느라 부족함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을 받았으니... 부끄럽습니다."

말끔하게 신사복을 차려입은 한 씨의 부친은 치매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만큼 정정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혼자 나가 길을 잃어 버리가 일쑤이고, 기억도 잘 못하고 엉뚱한 소리를 하는 중증치매 환자이다. 옆에 있던 조용신 남촌도림동장도 이들 부부가 동네에서 효자로 소문났다고 귀뜸했다.

이들 부부는 700평의 토마토 농장을 하고 있는 농업인이다. 작년 모친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몸이 불편하신 두 부모님과 자녀 3명 그리고 농사까지 하느라 힘겨웠을 텐데도 두 부부는 그런 내색이 전혀 없다.

오히려 3대가 같이 사니 좋다며 부인 홍씨는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서 꼭 효행상을 타와요. 어른과 함께 사니까 습관이 몸에 베여선지 밖에서도 며느리 삼고싶다는 말을 곧잘 듣는데요” 하며 아이처럼 까르르 웃었다.

 


아이처럼 밝게 웃는 홍씨의 뒷켠에는 '잠시 시장에 다녀올께요^-^ 가만히 앉아계세요'라는 글이 쓰여진 종이가 보였다. 뭐냐고 묻는 질문에 홍씨는 “제가 없을때 어디 가실까봐 꼭 붙여놓고 가요” 그러자 한씨는 “한번은 혼자 파스를 사러 나가셨다가 파출소에 계셔서 모셔온적도 있다”며 “부인이 저 종이를 붙여놓고 가면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세요”하며 두 부부는 또 아이처럼 밝게 웃었다.

하나의 재밌는 에피소드를 말하듯 밝게 얘기했지만 치매인 어른을 모신다는게 얼마나 힘들일인지 느껴졌다. 한 씨는 "요즘 젊음이들이 효에 대한 관념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부모를 편안하게 모시는 것은 대물림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했다.

어려움을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고 밝게 이겨내는 한창완ㆍ홍경미 부부의 꿈은 지금처럼 치매 아버지 모시고 토마토 농사 대풍을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다. / 김선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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