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 21.10.18.
최종편집 : 2021.10.18 월 16:41
로그인 회원가입 아이디/비밀번호 찾기
> 뉴스 > 오피니언 > 인터뷰 | 박다정 변호사의 노동법률상담실
     
<9>사직서 작성 종용, 해고에 해당
2013년 10월 29일 (화) 16:08:21 박다정 ks1126@moel.go.kr

*사직서 작성 종용, 해고에 해당

박근주 과장은 2010년 해고를 당했습니다. 아니, 그만 둔 것인지 해고당한 것인지 박과장 본인도 이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경기가 워낙 좋지 않다보니, 몇 년 전부터 매출이 급속도로 줄어들었고, 결국 회사는 인원감축을 결정하여 명예퇴직 희망자 모집 공고를 냈습니다. 명예퇴직금을 받고 회사를 떠난다고 하더라도, 불경기에 동종업계 재취업도 자영업도 섣불리 용기를 낼 수 없는 상황인지라 명예퇴직 신청자 수는 저조하기만 했습니다.

차츰 회사는 부서장들에게 각 과별로 일정 수 이상의 명예퇴직자를 선별하도록 지시를 내렸고, 총무부장은 평소 노조활동에 열심이던 박과장에게 명예퇴직을 신청하라는 유언무언의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못 알아들은 척, 나중에는 단호한 어조로 거부의사를 밝혔습니다.

회사생활은 하루하루가 지날 때마다 더 가시방석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막 초등학교를 들어간 두 아이를 생각하면 박과장은 감히 회사를 그만둔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박과장을 비롯한 약 스무 명 정도를 시설관리과로 대기발령한다는 공문이 붙었습니다. 회사에는 인사부에서 이들을 곧 직위해제 및 해고예고절차를 거쳐 직권면직시킬 예정이라는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시설관리과에 무보직 대기발령을 받은 박과장은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꿋꿋이 출근했습니다.

그러나 회사에 나와 있는 시간 동안 인사부에서는 집요하게 박과장에게 사직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강요했습니다. 지금이라도 명예퇴직을 신청하면 명예퇴직위로금을 받을 수 있겠지만, 계속 버틴다면 직권면직 처리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명예퇴직위로금만 못 받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결국 박과장은 사직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습니다. 쓸쓸히 소지품을 챙겨 회사를 나온 박과장은 지방노동위원회로 향했습니다. 부당해고구제신청을 접수하여 지방노동위원회에서 구제명령을 받았습니다.

회사는 곧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박과장이 자의로 사직서를 작성‧제출하였으므로 강요에 의한 의사표시라거나 진의가 아닌 의사표시로 볼 수 없다며 지방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취소했습니다.

이번에는 박과장이 이에 불복하여 법원에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소를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박과장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원래 사직의 의사가 없었음에도 회사가 해당 직원을 문제직원으로 확정하여 무보직 대기발령을 내리고 명예퇴직신청을 하지 아니할 경우 직권면직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표시하면서 사직서의 제출을 종용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였고, 회사가 이를 수리하여 퇴직처리한 것은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민법은 제107조에서 ‘진의 아닌 의사표시’, 즉 겉으로 드러난 행동이 마음 속의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 그 의사표시의 효력에 관하여 정하고 있습니다. 원칙적으로는 진의 아닌 의사표시는 표시된 대로(겉으로 드러난대로) 효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방이 의사표시자의 의사표시가 그의 내심의 생각과는 다른, 즉 진의 아닌 의사표시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무효가 됩니다.

박과장의 경우에는 내심은 사직을 원치 않았지만 겉으로 드러난 행위는 스스로 사직서를 작성‧제출한 것이고, 이것이 박과장의 실제 의사와는 상이하다는 사실을 회사 역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사직서는 무효이고, 따라서 회사가 사직서를 수리한 행위는 곧 해고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그리고 지방법원, 고등법원,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4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대법원에서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을 취소했으니 이제 박과장은 회사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박과장의 사건은 다시 중앙노동위원회로 돌아갑니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아마도 이번에는 박과장의 해고를 부당해고라고 판정하겠지요.

그 뒤에는 박과장이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했듯 혹시 이번에는 회사가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까요? 만약에 그러하다면 그 소송이 종결될 때까지는 또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까요? 박과장은 아이들이 성인이 되기 전에는 회사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일까요?

설령 회사가 소송에서 패하여 종래에는 부당해고임이 인정되어 박과장이 회사로 돌아가고, 그 간의 임금상당액을 배상받는다고 하여 지난 힘겨운 시간들이 모두 깨끗하게 씻어질 수 있을까요?

부당한 해고 등 징계는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 크고 불행한 사건이고,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습니다. 아무리 구제절차가 마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사후적 구제만으로는 미처 치유할 수 없는 상처가 남게 됩니다.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인사노무 문화가 정착되는 것은 그래서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 위 사례는 대법원 2002.6.14. 선고 2001두11076 판결을 참고하였습니다.

박다정의 다른기사 보기  
ⓒ 남동뉴스(http://www.namdong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또 다른 시작' 만수사회복지관,...
인천경찰청,수뢰 혐의 이강호 남동...
'지역 교육현안 논의' 구, 제6...
유광희 구의원, " 구민축구단 '...
구,행안부 제17회 대한민국 지방...
구,장수천 상류서 미꾸라지 방사 ...
"반갑다 꽃게야"인천 특산물 꽃게...
'반려견 에티켓' 구, 11월 반...
275회 구의회 임시회 개회…19...
인천언론인클럽,임시 대의원 총회 ...
신문사소개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저작권문의 | 구독신청 | 불편신고 | 제휴안내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  청소년보호정책
인천광역시 남동구 인주대로 846 (만수동) 주식회사 인천남동신문 (우)405-866 | TEL (032)461-2580 | FAX (032)462-7744
등록번호: 인천광역시 아01030 | 등록일 : 2009년 11월 19일 | 발행·편집인 : 안영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영환
Copyright 2009 남동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namdon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