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식 남동구 논현동 사할인 영주귀국노인회 회장

▲"정부가 조금만 더 신경을 써 준다며  바랄게 없다”고 말하는 신동식 회장.
“부모님들은 오매불망(寤寐不忘) 고국에 뼈를 묻고 싶어 하셨습니다. 자식들에게도 어떤 일이 있어도 한국에 뼈를 묻으라고 말씀하셨구요.”

자녀들과 생이별을 하면서도 오직 고국의 품에 안긴지도 어느덧 2년 5개월. 사할린 영주 귀국자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 어르신들이 있다.

남동구 논현동 주공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534명의 사할린 교포 2세대. 대부분이 70세 이상인 영주 귀국자들의 대표인 신동식 노인회 회장(75)은 돌아가신 선친께서 항상 해 오셨던 말을 전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처음 논현동에 마련된 임대아파트에 입주한 사할린 2세대는 모두 600명이다. 2년여의 기간이 흐르면서 30여명이 사망했고 타지역으로 이주한 사람도 있어 지금은 다소 줄었다.

이들 영주귀국자들이 고령인 이유는 처음 정부에서 사할린 동포 가운데 한국으로의 이주 대상자 자격을 65세 이상이거나 그와 결혼한 부부로 한정했기 때문이라고 신회장은 설명했다.

하지만 이곳에 살고 있는 영주 귀국자들도 예년과 다르게 추운 겨울을 지내고 있는 실정.

연령도 연령이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귀국 대상자들에게 자세한 설명없이 그저 살 곳만을 빌려준다는 말을 했고, 그 말을 믿고 왔던 어르신들은 기초생활 수급자로 분류되어 60여만원의 정부 보조와 1인당 7만5천원의 지원금만으로 생활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에는 ‘고향마을’이라는 사할린 교포 집단 거주지가 있다. 이곳은 1945년 8월 15일, 우리나라가 독립하던 시점을 중심으로 이날 이전에 출생했거나 이전에 사할린으로 이주된 1세대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다.

논현동에 거주하고 있는 영주귀국자들은 아파트 크기에 따라 월 16만원에서 20만원까지 임대료를 내고 있지만 1천여여명 정도가 거주하는 안산의 ‘고향마을’은 일본 정부가 사할린 강제 이주자들의 보상차원에서 건물을 짓고 그곳에 거주하도록 해 아직도 임대료를 전혀 내지 않고 있다.

결국 논현동에 거주하는 영주 귀국자들은 아파트 임대료와 관리비등을 포함해 약 30만원 정도를 내야하기 때문에 결국 월 30만원 정도만으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실정이다.

“많이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이렇게라도 터전을 마련해 놓아야 러시아에 있는 3세대, 4세대 자녀들이 발전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부인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신동식 회장은 사할린 영주 귀국자들의 생활을 설명하면서 “처음에 한국에 가겠다는 말을 들은 이웃의 친구가 고국도 좋지만 자식들을 떨어져 이억만리 한국에서 어떻게 살아 가겠냐”며 만류했던 이야기도 전했다.

신회장은 “가장 안타까운 것은 나이가 들고 병이 들어 숨을 거둘 수 밖에 없던 영주 귀국자들이 외롭고 쓸쓸하게 돌아 가실 때고, 이 소식을 들은 자녀들이 부모님의 임종도 지켜주지 못한 것을 슬퍼할 때”라며 “여기에 거주하고 있는 노인들은 그래도 돌아가신 선친의 유언을 받들 수 있는 것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식 회장은 “러시아에 있는 120여 민족 가운데 우리나라 민족이 가장 근면하고 성실한 것으로 소문이 나 있으며 88올림픽 당시 발전된 고국의 모습을 텔레비젼을 통해 보면서 서로 얼싸 안으며 울고 웃었던 기억이 가장 좋았던 기억이다”면서 “남동구청에서 내년이면 아파트 인근에 복지관을 세우기로 해 그동안 변변히 모일 장소가 없었던 많은 영주 귀국자들의 기대가 크다”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조금만 더 신경을 써 준다며 더 이상 바랄게 없다”고 말했다.

“조금만 더 일찍 귀국해 발전된 고국에서 더 오래 살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인터뷰를 마친 신동식 회장의 얼굴에는 우리나라에 대한 남다른 애착이 느껴졌다.

단지 고국 땅이 그리워 외로움과 고생을 자처하고 있는 이들 사할린 영주 귀국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마음속에 내 국가가 얼마나 중요한가는 다시한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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