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의 개.폐회식이 열릴 주경기장에 대한 최종 결정권이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서 인천시로 넘어가면서 주경기장의 신축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아시안게임 준비 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존의 문학경기장을 리모델링하자는 주장은 대회 유치 초기부터 있었지만 인천시는 인천 북부 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서구 연희동 일대에 7만석 규모의 경기장 건립을 추진해 왔다.

서구 주경기장은 총 사업비가 건축비 3천134억원, 보상비 1천607억원 등 4천741억원으로 추산됐으며 시는 지방채 발행을 통해 현재 보상비의 77%(1천244억원) 가량을 지급한 상태다.

 

그러나 민주당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는 심각한 시의 재정 상태를 고려할 때 주경기장 건설과 대회 개최 후 활용 방안에 대한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송 당선자는 시와 산하 기관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뒤 "시와 인천도시개발공사의 부채 규모가 올해 말 9조4천억원으로 예상되는 등 무분별한 사업 추진에 따른 재정 악화가 심각하다"면서 "아시안게임 준비 비용도 최대한 아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시장직 업무인수로 바쁜 일정 속에서도 쿠웨이트를 전격 방문, OCA 회장과 마라톤 협의 끝에 문학경기장을 증축해 사용해도 좋다는 합의를 이끌어 내 이 같은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서구 주경기장은 전체 부지 63만8천900㎡ 중 사유지(50만5천㎡) 상당 부분에 대한 보상이 끝났지만 원래 연희공원으로 계획된 부지인 만큼 시가 사들인 토지를 공원이나 주경기장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체육시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인천시는 서구 주경기장 외에도 선학.남동.계양.강화.십정 등 시내 곳곳에 경기장 건립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어 7천억원에 가까운 보상비 마련을 위해 발행해야 하는 지방채의 규모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서구 주경기장 신축이 무산될 경우 인천지하철 2호선(서구 오류동~남동구 인천대공원) 건설 등 주변의 다른 개발사업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총 사업비의 60%를 정부가, 40%를 시가 부담하는 인천지하철 2호선은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면 2018년에나 개통이 가능하지만 시는 아시안게임 개최와 북부지역 균형 개발 등을 이유로 지방채를 발행해 개통 시기를 2014년으로 당겼다.

서구 주경기장을 신축하지 않으면 시가 매년 1천억원에 가까운 빚을 내면서 무리하게 개통 시기를 앞당길 명분도 약해지는 만큼 인천지하철 2호선 사업 추진도 속도 조절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서구 주경기장 예정지와 가까운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와 검단지역에서 새 아파트를 매입한 수분양자와 기존 주민들도 기대감이 크게 꺾여 집단 반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은 최소한의 공사기간을 감안할 때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착공해야 하는 만큼 송 당선자는 시장 취임 직후 어떤 쪽으로든 이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시 안팎에서는 한나라당 안상수 시장 재임 기간 추진된 상당수 개발프로젝트의 옥석을 가리겠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있는 송 당선자에게 서구 주경기장 신축 문제가 시장 취임 후 갈등 조정과 지역 발전의 대안 제시 능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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