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발생한 인천 버스추락사고 현장검증이 4일 오후 인천시 중구 영종도 인천대교 연결도로 사고현장에서 실시됐다. 현장검증을 참관하기 위해 사고현장을 방문한 희생자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낮에는 학생들 지도하시고 퇴근 후에는 가족들만 챙기셨는데 교수님한테 갑작스레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3일 발생한 인천 버스 추락사고로 숨진 경북 경주대 컴퓨터미디어공학부 임찬호(42) 교수 연구실에서 2년째 학습지도를 받았던 최규혁(4학년) 씨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임 교수는 아내, 자녀 3명과 사고 버스에 탑승했다가 아내, 장남, 막내딸과 함께 숨졌고 둘째 아들만 생존해 동료 교수와 제자 등 주위 사람들은 큰 슬픔에 빠졌다.

사고로 숨진 임 교수의 장남(초등학교 3년)의 담임 교사는 "다음주 수요일까지 싱가포르에 체험학습 간다고 했다. 착하고 친구들하고도 잘 지냈는데…."라며 슬픔을 억누르지 못했다.

임 교수는 학교에서는 제자들의 학업지도와 연구에만 전념하고 가정에서는 자상한 남편과 아버지였던 것으로 주위 사람들은 전한다.

고인이 안치된 병원을 급히 찾은 동료 임길택 교수는 "강의와 교육 열정이 높아 항상 학생들로부터 최상위의 강의평가를 받았다. 연구실에 학생 2명을 데리고 있으면서 지도할 정도로 제자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온 제자들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라고 애통해했다.

서울로 가고 있다는 제자 최씨는 "바쁘신 중에도 학생들이 어려운 점이 보이면 먼저 연락해 상담해주시고 졸업생들이 찾아오면 진로상담도 빼놓지 않으셨다. 주말에는 애들도 학교 데리고 오시고 했는데 행복해보였다."라며 자상한 스승과 아버지로 기억했다.

임 교수는 학생들에게 뭐하나 대충하지 않고 꼼꼼하게 챙기기로도 유명했고 평소 휴강 한번 없는 스승으로 기억되고 있다.

정보통신 회사에 다니고 있는 임 교수의 제자 김성수(37) 씨는 "시험 답안지를 일일이 직접 체크하시면서 학생 지도가 내 본업이고 연구개발은 부업이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학생지도에 최선을 다하셨다. 수업에 한번도 빠지시지 않으셨다."라고 말했다.

최근까지 임 교수와 함께 장비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한 김씨는 사고가 나기 전날 전화통화가 임 교수와의 마지막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임 교수는 최씨에게 전화를 걸어 프로젝트 준비사항을 지시하고 주말에 가족과 중요한 약속이 있어 다음주에 봐야겠다는 말을 남기고 제자들과 이별했다.

김씨는 "교수님은 사모님과 소문난 잉꼬부부였으며 막내 딸이 늦둥이라 많이 아끼고 귀여워하셨다."라며 울먹였다.

임 교수는 김씨가 2005년 결혼 주례를 부탁하자 나이가 들어 김씨의 자녀가 결혼할 때 주례를 서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끝내 제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임 교수 연구실에서 지도를 받고 있는 하정한(3학년)씨는 "한번은 저보고 아버지를 존경하냐고 물으시길래 존경한다고 대답했더니 교수님이 나도 아이들에게 존경받는 아버지가 되기 위해 좋은 아버지 모임에 가입했다고 하셨다. 주말에 애들을 학교에 데리고 오는 등 아들, 딸 사랑이 유별하셨는데…."라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하씨는 "요즘 나쁜 사람도 많은데 왜 하필 너무나도 좋으신 교수님이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울먹였다.

임 교수는 광운대에서 전기공학, 마이크로세서 등의 분야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뒤 1999년 3월 경주대에 부임했다.

학교에서 학과장과 교수학습지원부장 등을 맡으면서 교내 봉사에 앞장섰고 연구과제에도 뛰어났다.

경주대 김기태 홍보실장은 "어려운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존경받는 교수님이었다. 여러 동료 교수님와 학생들이 사고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가고 있는데 학교도 상조회와 협조해 고인이 편안히 잠드실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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