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두 진(1916~1998)

 


이는 먼

해와 달의 속삭임

비밀한 울음

 


한 번만의 어느 날의

아픈 피 흘림.

 


먼 별에서 별에로의

길섶 위에 떨궈진

다시는 못 돌이킬

엇갈림의 핏방울.

 


꺼질 듯

보드라운

황홀한 한 떨기의

아름다운 정적(靜寂).

 


펼치면 일렁이는

사랑의

호심(湖心)아.

 

(해설) 호는 혜산(兮山)이며, 경기도 안성에서 출생했다. 1939년 문예지 『문장』에 <향연>등을 발표하고 문단에 나왔다. 처음엔 자연을 주제로 한 시를 썼고, 그 후 광복의 감격과 생명감 있는 시를 썼다. 프랑스 아비뇽 근처의 로마 유적지에 그의 대표작 <해>의 첫 구절이 한국어 시비로 세워져 있다. 김춘수의 꽃은 우아한 목련이나 매혹적인 장미와 같은 특정한 사물이 아니라 꽃들을 망라한 추상적 관념이다. 박두진의 꽃은 시인의 상상력에서 언어로 형상화된 독특한 정서가 깃든 시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가 울듯, 꽃이라는 단 한 번의 이름을 얻기 까지 수많은 일월을 참아야 한다. 때로는 세상에 나오지 못할 운명이기도 했었고, 찾아주지 않는 호젓한 곳에서 소리 없이 사라질 위험한 존재이기도 했었다. 꽃의 매력의 하나는 아름다운 침묵이다. 하느님이 영혼을 넣어주실 것을 깜박 잊으셨다. 얼마나 천만다행인가. 생화는 인간에게 아름다움을 선물하는 생명체임엔 틀림없다. 

* 인천 출신인 김기영 시인은 인천교육대학교와 인하대 교육 대학원을 졸업하고 인천대학교 인천시민대학 강사, 인산문학회 회장 등을 맡고 있다. 시집으론 '섬은 옛 날이 그립다','자화상 그리기', '갈잎나무 숲의 소나무' 등이 있으며 현재 서창동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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