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김장 봉사는 올해도 예년처럼 차질없이 진행됩니다."
올겨울 평년보다 배 이상 비싼 배춧값에 지방자치단체나 기업, 자선단체의 김장나눔봉사가 취소 또는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인천장애인종합복지관은 봉사자 1명이 복지관에 지원하는 김치 포기 수를 4포기에서 2포기로 줄이는 등 인천에서 김장 봉사를 하는 단체 대부분이 비싼 배춧값 때문에 올해 김장 봉사 계획을 변경하거나 아직까지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배추대란'으로 인한 걱정 속에도 인천지역에서 직접 재배한 배추로 5년째 김장봉사를 이어가고 있는 단체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홀몸노인을 대상으로 김장봉사, 도배봉사 등을 하며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고 있는 인천사람연대.  인천사람연대는 배춧값이 폭등하던 지난 9월 초 단체가 운영하는 남동구 운연동 주말농장에 배추 2천500여 포기를 심었다.

오는 11월13일에 배추를 수확하면 바로 김장을 해서 도움이 필요한 소외계층 200여 가구에 나눠줄 예정이다.인천사람연대 이대근 기획본부장은 20일 "김장 봉사는 매년 해오던 일"이라며 "올해는 배춧값 폭등으로 김장 봉사에 부담을 느끼는 단체가 많은데 우리는 직접 기른 배추로 예년처럼 봉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는 지난 2006년 운연동에 있는 텃밭 500㎡를 월 200만원에 빌려 주말농장으로 가꾸고 매년 9~11월 배추, 무, 쪽파 등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나머지 기간에는 3.3㎡당 월 1만원에 텃밭을 분양해 김장봉사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한다.

이 본부장은 "도시에 친환경적인 공간을 가꾸고 싶었고 혼자 김장을 하기 어려운 노인들이 잘 챙겨 먹었으면 하는 바람에 김장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매년 11월 농장에서 기른 채소들을 수확해 김치를 담그는 날이면 동 주민센터로 어르신들을 초대해 점심식사를 대접하고 귀가하는 노인들에게 김장 김치를 나눠드린다. 거동이 불편한 분들에게는 직접 배달해주기도 한다.

이 본부장은 "김치 배달을 갔을 때 흐느끼면서 연신 고맙다고 하는 어르신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면서 "우리가 외롭고 힘없는 분들을 도울 수 있다는 데에 보람을 느낀다"라고 수줍게 말했다.

배추를 직접 재배하니 배춧값 폭등에도 걱정이 없겠다는 물음에 이 본부장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는 "배추 도둑이 있을까봐 배추 속이 차는 이달 말부터는 농장에 가서 잘 생각"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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