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복효근

국물이 뜨거워지자
입을 쩍 벌린 바지락 속살에
새끼손톱만 한 어린 게가 묻혀 있다
 
제집으로 알고 기어든 어린 게의 행방을 고자질 하지 않으려
바지락은 마지막까지 입을 꼭 다물었겠지
뜨거운 국물이 제 입을 열어젖히려 하자
속살 더 깊이 어린 게를 품었을 거야
비릿한 양수 냄새 속으로 유영해 들어가려는
어린 게를 다독이며
꼭 다문 복화술로 자장가라도 불렀을라나
이쯤이면 좋겠어 한소끔 꿈이라도 꿀래
어린 게의 잠투정이 잦아들자
지난밤 바다의 사연을 읽어보라는 듯
바지락은 책 표지를 활짝 펼쳐 보인다
책갈피에 끼워놓은 꽃잎같이
앞발 하나 다치지 않은 어린 게의 홍조
 
바지락이 흘렸을 눈물 같은 것으로
한 대접 바다가 짜다

어쩌면 바지락은 자기 안의 게가 뜨거워지는 것을 막고자 자신의 몸이 불덩이가 되면서도 입을 꼭 다물기를 안간힘으로 버티었을 것이다. 온갖 취조와 문조에도 끝까지 발설을 하지 않은 것이다.

시인은 국물을 떠먹다가 바지락 속에 게를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핀 것 같다, 한명의 동화를 보는 듯 재미있는 발상이다.

누구나 한번쯤 조개를 먹다가 게를 본적은 있을 것이다, 게나 가재나 가끔 조개껍질에서 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먹히고 먹는 먹이사술에서도 바지락이나 게의 술픔또한 아름다운 광경으로 시가 되었다.

삶에 대한 경건함에 대하여 생명의 진지함에 대하여 이 더위에 시원한 바닷바람으로 다가오는 시간이었다.
국물이 짜릿하도록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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