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트로스*
 명서영

지붕에 걸릴까? 비
하늘높이 수직으로 날개를 접었다
날갯짓을 못 보았어도 나는 빗소리를 좋아했었지
순식간 도로를 지동차를 가게를
삼킨 비
계단으로 지하로 숨어들었지 비
날개를 폈니 이틀 동안 지하에서
찢기고 찢어져도 나오지 못하는 비
가슴이 새까맣구나
캄캄하게 저문 세상
혀 없는 혀로
뼈 없는 한 마디
정수장 수문을 못 열었단다
일이일이라서
도로가 하얗게 토하고 있다
내 영혼의 비
폭풍
저 위에 하늘은

*알바트로스 [Short-tailed Albatross] 머리, 뒷목은 엷은 황색이다. 얼굴과 멱은 크림 흰색이다. 평소엔 잘 안날기에 바보새라고도 불리는 이 새는 폭풍위에서 비행을 하는 커다란새로 알려져 있다.

2017년 7월 23일 일요일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2시간정도 퍼붓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비를 좋아했던 나는 마음이 상쾌하였다.

언젠가 차를 끌고 강화를 가다가 소나기를 만나서 순식간에 도로에 쌓인 물과 캄캄한 하늘에서 내 인생처럼 그러나 웬지 밝아질 것만 같은 기분 좋은 느낌으로 뒤차와 부딪히지 않도록 앞으로 앞으로 전진하다가 돌아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를 상상하면서 빗소리를 듣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빨리 내려와 보라고 지하가 침수 되었다고 전화가 왔다. 도로에 있는 물들이 지하로 들어와서 꽉 차고 있었다, 하수구는 물이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역류하고 있었다.

발을 동동 구르며 119를 동사무소 직원들을 기다렸으나 3시간이 넘게 오지 않았다, 정수장 펌프를 열었는지 그 많던 도로물이 10분 만에 순식간에 도로의 물은 없어졌다, 그러니 지하에 갇힌 물은 종일 퍼내도 끝나질 않았다.

커다란 날개를 갖은 알바트로스는 폭풍이 있을 때만 날개를 펴서 나른다고 하였다. 그 와중에도 내 영혼은 하늘을 날고 있었다, 날개를 펴고 싶었다. 차바퀴중간쯤 덮고 도로는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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