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비행기 청소노동자들이 원청·하청업체의 열악한 근무 환경 방치로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공항 비정규직지부는 8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소 용역 근로자들은 원청·하청업체가 열악한 근로 환경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아 여러 직업성 질환을 앓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은 하청업체인 이케이맨파워에 대한항공 기내 청소와 세탁 업무 등을 맡기고 있다.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가 이달 3일 이케이맨파워 소속 근로자 147명의 건강실태를 조사한 결과, 122명(92.4%)이 반복 노동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을 앓고 있다고 답했다.

절반이 넘는 근로자들은 좁은 기내에서 허리, 팔, 손목을 구부린 채로 최소 4시간 이상 청소한다고 했다.

근로자 중 41명(31%)은 불규칙한 근무로 인한 위장 질환을, 28명(21.2%)은 호흡기 질환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매달 2시간씩 받아야 하는 안전보건교육에 대해서는 근로자 116명(78.8%)이 '교육을 받지 않고 서명만 했다'고 했다.

한국공항 비정규직지부는 "산업안전보건법은 단순 반복 작업으로 인한 건강 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사업주가 필요한 조처를 하도록 했지만, 이케이맨파워는 이러한 의무조차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사흘 이상 요양이 필요한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노동부에 신고해야 하지만, 이케이맨파워는 산재가 나도 휴가를 쓰게 하거나 치료를 마치고 재입사시키는 방식으로 은폐했다"고 반발했다.

한국공항 비정규직지부는 이날 비정규직 청소 근로자들이 소속된 이케이맨파워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중부고용청에 고발하고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장시간 근무 개선과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12차례에 걸쳐 이케이맨파워와 교섭했지만 끝내 결렬되자 지난달 30일 총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이케이맨파워 관계자는 "외부 병원과 협약을 맺고 매달 안전보건교육을 하고 있으며 산재를 은폐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고용청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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