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랑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이 시는 읽자마자 이해가 될 만큼 비교적 쉽고 이미 오래전에 많은 대중들에게 많이 읽혀진 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시를 오늘 다시 꺼내어 읽게 된 것은 따뜻한 것이 그리운 겨울 탓인지도 모른다.

한파가 계속되어 누수 탐지공사하시는 분들이 매우 바쁘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 집도 작년에는 얼지 않았던 수도가 얼었고 등산도 못하고 집에만 있다 보니 마음도 더욱 홀쭉해졌다.

새해에는 뭔가 원대한 꿈을 꿔야 하는데 추위 때문인지 불경기 때문인지 희망이나 꿈이란 단어조차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이시처럼 사람다운 사람, 따뜻한 마음이 그리울 뿐이다.

함께 아파할 줄 알고 함께 웃을 줄 알고 더불어 사는 사회의 일원으로 올해는 둥글둥글 살고 싶다. 더불어 나를 아는 모든 분들이 기쁨과 행복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이 겨울에 따뜻한 커피 한잔 같은 이 시처럼 아름다운 가슴을 지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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