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트로스*
명서영

지붕에 걸릴까? 비
하늘 높이 수직으로 날개를 접었다
날갯짓을 못 보았어도 나는 빗소리는 좋았었지
도로, 자동차, 가게를 순식간 삼키고
계단 아래로 숨어든 비
찢기고 찢어지고 이틀간
나오지 못하고
가슴이 새까맣구나
지하실에서 날개를 폈니?
캄캄하게 저문 지상
도로가 하얗게 토하고 있다
혀 없는 혀로
뼈 없는 한 마디
정수장 수문을 안 열었단다
휴일이라서
폭풍 너머 비가 날아간 하늘
파란 싹이 시리도록 돋고 있는데

*알바트로스 [Short-tailed Albatross] 머리, 뒷목은 엷은 황색이다. 얼굴과 멱은 크림 흰색이다. 평소엔 잘 안 날기에 바보새라고도 불리는 이 새는 폭풍 위에서 비행을 하는 커다란 새로 알려져 있다.

작년 7월23일은 텔레비전뉴스에서 나온 것처럼 우리 동네는 물난리가 났다. 비가 1시간정도 왔는데 도로가 범람하여 도로에서 흘러온 빗물이 지하실에 가득차서 옆집에서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우리 집은 7일주일간 물을 퍼내야 했다.

이시는 비를 폭풍을 타고온 알바트로스란 새로 비유하였다. 온순하고 희망을 준다는 알바트로스 새가 비 피해를 겪은 나로서는 역설적이고 비를 좋아했던 내가 비에 의해 울어야 했던 시간은 참으로 고통스러웠다.

정수장수문을 열자 10분 만에 도로에 가득 찼던 물은 모두 순식간 없어지는 것을 동네 사람들은 지켜보았다. 일요일 정수장 문을 열지 않아 정수장으로 나가야 할 도로의 물이 우리 집 지하로 찬 것이다.

119는 천장까지 찻던 물을 종아리까지만 양수기로 퍼내주고 돌아갔고 나머지는 나 혼자 혹은 봉사활동분들과 함께 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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