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기러기
 명서영

천 길 낭떠러지로 낙하하는 아기기러기

아슬아슬한 텔레비전

화면이 지직 빗금을 치며

헛디딘 발로 착지를 하고 있다

술집 웨이터로 출근하는 아들을 배웅한

어미기러기 밤새

네 평 방안 절벽을 오르락내리락한다

냉정한 휴대폰은 미동도 없고

창밖 빗방울이 지직

한 음절 두 음절 날갯짓한다.

 

요즘 주변에는 자녀들의 나이가 40이 넘어도 결혼도 안 하고 취업도 안 하고 부모와 함께 사는 소위 캥거루 가족들이 많다. 우리 형제들의 집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몇몇 조카들이 학교 다닐 때는 수석을 하고 일류대학도 나왔지만 캥거루 가족의 대열에 낀 경우가 있다.

남편을 잃고 자녀들을 혼자 키운 나는 아이들 교육에 무척 고민이 많았다. 사랑하는 아이들이 마음이 나약하지는 않을까 잘 키워야 한다는 고민에 법륜스님의 강의도 많이 들었다. 법륜스님께서는 ‘자녀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내 맘대로 하려고 하지 말고 잘 들어주고 사랑할수록 독립심을 길러 주라.’ 고 하셨다.

그렇지만 실천에 옮기기는 참으로 어려웠다. 중, 고등학교 때 돈을 잘 쓰는 아이들을 위하여 저축하는 습관을 길러 주려고 노력했었다. 딸은 대기업에 7년을 다녔고 아들도 꾸준히 학교를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하였다. 사기꾼이 많은 대한민국에서 강하게 키우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고기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아들이 어느 날 술집으로 옮겨 나가는 것을 보고 기겁을 하여 말리기도 하였고 아이가 돌아올 때까지 뜬눈으로 밤을 새웠었다. 그때마다 친구가 고민하는 나를 위로했다.

자기 아들은 일도 안 하려고 하고 친구도 안 만나려고 하고 칩거하여 정신병원에 다닌다고, 세상 정면에 맞서서 살려고 하는 우리 아들이 대견하다면서 나에게 고민 대신 응원하라고 조언해줬다.

다행히 딸은 20대에 사위와 함께 집을 샀고 아들은 술집에서 웨이터로 일을 했지만 깡패와 건달들을 만났어도 친구가 되지 않았고 지금 씩씩한 군인이 되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이 시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흑기러기의 삶을 보면서 즉흥적으로 썼다. 어린 새끼가 천길 낭떨어지로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어미 기러기의 눈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청년실업이 하루 빨리 해결되어 우리 젊은 청년들에게 희망이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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