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함민복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도 안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발

또 한 발

이 시인은 소문에 의하면 강화도에서 오랫동안 총각으로 혼자 살았고 술을 좋아한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다. 한 번도 본적이 없지만 좋은 시가 많아서 일부러 시집을 구매해서 본적도 있고 비교적 많은 시를 접했다.

어쩌면 부부란 결혼이란 이시처럼 한마디로 상을 맞잡는 일이 아니겠는가? 이시는 너무나 쉬우면서도 촌철살인같은 비유다. 살아보니 알겠다. 결혼생활이 이렇게 쉬웠는데 왜 힘들게 살았을까? 결혼에 대하여 부부에 대하여 심각하게 생각하고 공부를 한 적이 없었다.

이시와 상관없이 내주장을 피자면 결혼을 하기 전에 결혼공부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본다.

이혼율이 높아졌고 이혼을 안 하였지만 결혼이 순탄치 못하여 고생하는 많은 사람들이 결혼에 대하여 얼마만큼이나 공부하고 결혼시작을 하였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입시 서적은 정돈되고 세련된 책들이 산더미처럼 쏟아져 나와도 결혼에 대한 책은 본적도 없다. 나 역시 결혼공부를 한 적이 없이 무작정 결혼을 시작하였기에 남편과 마찰도 많았고 좋은 부인도 되지 못하였음을 시인한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이 닥칠 때 어떤 노력과 어떤 수습을 해야 하는지 조차 못하여 방황한 것이 많았다는 것이다. 결혼 전에 어떻게 살 것이며 어떤 사람을 만날 것이며 어떤 사람이 되겠다는 기본서도 없었기에 결혼 중간쯤에 결혼 공부를 해야 했는데 하고 혼자 자책을 한 적은 많다.

참으로 우매한 자신을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다. 당근과 채찍도 있고 나쁜 남자 나쁜 여자도 있고 밀고 당기는 것도 있듯이 결혼과 부부관계는 사랑이 필수지만 무조건 사랑만으로 될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부부가 반듯하고 잘 살아야 자녀들도 잘 자라는 법이다. 한국사회에 이혼율이 적어지기를 바라며 결혼자체를 거부하는 젊은 층들을 위해서라도 결혼공부에 대한 좋은 책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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