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
랭보

푸른 여름날 저녁 무렵이면

나는 오솔길로 갈 거예요

밀잎에 찔리며 잔풀을 밟으며

꿈꾸는 사람이 되어

발치에서 신선한 그 푸름을 느낄 거예요

바람이 내 맨머리를 흐트러뜨리도록

내버려둘 거예요


나는 말하지 않을 거예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끝없는 사랑이 내 영혼 속에서

솟아오를 거예요

그리고 나는 멀리 떠날 거예요

아주 멀리 마치 보헤미안처럼

자연을 따라

마치 그녀와 함께 있는 듯 행복할 테죠.

다 아는 바와 같이 시인랭보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시보다는 여기저기 방랑생활하면서 보낸 것과 러시아어, 아랍어 등 외국어에 능통하여 여러 나라에서 살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는 십여년 전에는 랭보를 싫어했고 랭보의 시도 싫어했다. 왜냐면 ~하는 척하는 것을 매우 싫어했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린다고 몸을 씻지도 않고 다니는 화가가 싫었고 글쟁이들이 글을 쓴다고 이상한 옷을 입고 다니고 술을 많이 먹고 헬레레 하거나 당당하게 담배를 피는 것도 싫었다.

돈이 없으면 붕어빵장사라도 해야 옳다고 생각했기에 예술인이라고 일도 안하면서 거지처럼 사는 것도 싫어했다. 또한 인터넷에서 A시인이 B시인의 시를 칭찬하면 B시인은 답이라도 하듯 A시인의 시를 분명 좋은 시가 아닌데도 칭찬하는 유치한 것도 싫어서 시인들 카페도 잘 안 가는 까다로운 성격이었다.

문인 모임에 나오는 분들보다는 밤새워 문학 공부를 하여 좋은 작품을 내는 이를테면 최금진, 문태준 등 시인들의 글을 찾아 읽었다. 문학도 성실함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였다. 물론 나는 직장생활도 똑 부러지게 실적 1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였기에 후배들이 ‘대충 살아요.’ 했던 말도 귀에 안 들렸었다.

남편을 하늘나라에 보내고 가장이 되어 문학보다는 일을 하다 보니 멀리서 보면 잘 보인다고 문학도 사람도 한 발작 뒤에서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모든 것들과 모든 사람들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스스로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르튀르 랭보(프랑스 1854-1891)는 시집을 2권만 내고 던져버리고 평생 방랑생활을 하였다고 전한다. 어떤 인은 ‘랭보가 시를 잠재의식의 세계로 도입시켰다.’고 까지 하였는데 그의 사상은 다각적이고 범인이 아니었던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사실 요즘에는 인간이 시 등 문학을 발표를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원론적으로 말하면 후세에 좋은 교육 자료를 위해서 혹은 세상을 악보다는 선으로 아름답게 만들기 위하여 좋은 글을 쓰고 발표한다고 하겠지만 그러나 때로는 언어가 필요 없을 때도 많았으니 말이다.

 이제 랭보가 조금은 아주 조금은 이해가 간다. 사람도 조금은 이해를 할 것 같고 세상이 너무 아름답고, 볼 수 있다는 것이 매우 행복하다. 따뜻한 시선을 내면에 갖고 싶다. 아름다운 글귀는 사회를 풍요롭게 만들겠지만 가슴이 따뜻한 사람은 사회가 멋지게 보일 것이다.

저작권자 © 남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