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통의 도성양복점(도성라사) 김진성 대표.그는 지난1972년 전국기술경진대회 남성복 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양복 명장이다.

인천에서 50년 이상 대를 이어 운영되는 오래된 가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인천도시역사관은 2월 28일까지 송도 센트럴파크역 앞 역사관 2층 전시실에서 '오래된 가게, 인천 노포(老鋪)' 특별기획전을 연다.

이 전시에서는 50년 이상 역사를 자랑하는 가게 중 업종을 변경하지 않고 대를 이어 운영되는 노포 16곳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격변의 시대, 도심 속 변화의 틈바구니에서 한 자리를 지키며 가업을 이어온 고집센 주인장들의 치열한 삶의 이야기가 소개되고, 수십년간 주인과 함께한 손때묻은 가게 물품도 다양하게 전시된다.

70년 전통의 삼강설렁탕(중구 경동 95의8)은 1958년 작성된 가게 매매계약서와 설렁탕 뚝배기들을 전시했다. 이곳 설렁탕은 동인천역 청과물시장 '채미전' 일꾼들에게는 허기를 달래주는 한 끼 식사를 넘어 피로회복제 역할을 했다. 그래서인지 진열장 안에 전시된 투박한 모양의 뚝배기에서도 설렁탕 국물의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1945년 문을 연 해장국집 평양옥(중구 신흥동3가 18의1)은 창업주의 부인 조선옥 여사의 조리사 면허증을 내놓았다. 1968년 1월 경기도지사 명의로 발급된 면허증은 50여년의 세월을 겪으며 빛이 바랬지만, 면허증 사진에 비친 조 여사는 늘 자녀들에게 말한 것처럼 '돈을 벌 요량이면 장사하지 말라'는 운영 철학을 강조하는 듯하다.

50년 역사의 도성양복점(중구 용동 113의1)은 가게의 전신 '도성라사' 시절에 사용된 주문서와 가위·돋보기·줄자 등을 전시했다. 팔순을 넘기고도 여전히 양복을 만들고 있는 도성양복점 김진성(82) 대표는 1972년 전국기술경진대회 남성복 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양복 명장이기도 하다.

1958년 도쿄 아시안게임 사이클 종목에서 2관왕에 오른 이홍복 사장은 선수 시절 독일과 일본에서 익힌 자전거 정비 기술을 바탕으로 50년 가까이 이홍복자전거(중구 답동 15의5)를 운영해 온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 사장은 인터넷 쇼핑 기세에 밀려 지금은 자전거 판매보다는 선수용 자전거 수리를 주로 한다.

이밖에 디지털 시대에도 필름카메라 사진 인화 영업을 계속하는 성신카메라, 이발소의 쇠퇴 속에서도 명맥을 이어가는 문학이용원, 전통 방식으로 떡을 찧는 성광방앗간 등 인천시민에게는 친숙한 이름으로 다가오는 노포들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시간여행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반세기 넘게 전통을 이어온 가게들이지만 자부심과 긍지만으로 가업을 이어가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고 말한다.

전시장에서 소개된 영상 속에서 한 칼국숫집 사장은 "50년이 넘은 가게라고 해서 다른 가게와 경쟁 없이 편하게 장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 할머니와 엄마가 국수를 밀었던 가게에서 국수를 밀고 있지만 언제 문을 닫게 될지 모르는 일이고 대를 이어갈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우석훈 인천도시역사관 학예연구사는 "조사 현장에서 만난 주인분들은 자부심과 긍지보다는 당장 내일을 걱정하고 있었다"며 "이번 전시가 오래된 가게를 힘겹게 이어오고 있는 그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개막한 이번 전시는 2월 28일까지 계속된다. 매주 월요일과 공휴일 다음 날은 휴관이며 관람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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