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여지도
조우리 

1.  내 영혼이 어느 산천 물줄기의 방점이라면 그 더딘 물소리가 끝없는 방물장수의 노래여도 좋겠다. 까마득한 옛 생각, 지도 하나를 그리는 밤, 고요의 헤진 발자국을 따라 걷다보면 어찌, 들이고 산이고 섬인지 헤아릴 수 있을 까마는 능선과 능선이 만나는 무등산엔 소리그림자 짙다. 평야와 평야가 나란히 도사리는 푸른 꿈도 젖는다. 지칠 줄 모르고 다가갈 것만 같은 어지간히 어지러운 삶 예견이라도 하는 듯이, 휘감고 되돌아가야 할 그 길 꼭 잊지 말란 듯이 그래도 살별처럼 떨고 있는 간이역을 처연(凄然)의 뒤안길에서 기다리고 있다.

2.  '그 끝이 어느 경계 하나 끊고 살았으면 참 좋겠다.'라고, 생각하던 밤은 이토록 깊은 적막이다. 마치, 어머니의 가랑이처럼 길고 긴 포옹이다. 내 시의 근원지를 아직 잘 알지 못하겠으나, 늘 부려먹고 싶었던 어머니의 이름 대신 할미 가슴에 텃밭 한평 가꾸던 이유가 옛 지도의 성지처럼 신성함을 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주 잠시 내 마음 속에도 초록의 활기가 꽃을 피우던 날, '모든 길은 다시 하나의 길로 마주본다.'고 여우비가 산자와 죽은 자와 떠나간 자의 갈림길에서 등고선을 깊게 새겨두었다.

이 시는 2008년도 전남일보신춘문에 당선작이다. 2018년 평택에서 열린 [생태 시 문학상]에 전국 공모에 당선된 작품 조우리님의 [부드러운 공]을 읽다가 감동을 받아서 조우리님의 시들을 찾아 읽게 되었고 이시를 접하게 되었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인터넷에 조우리님의 시가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점도 나에겐 신선하게 다가왔다. 나도 초창기에는 시공부보다는 여기저기 인터넷에 시를 올리고 카페나 문학 활동에 열을 올렸지만 어느날 정말 좋은 시는 공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시를 발표하면서 활동도 왕성하게 한다면 더욱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바에는 조용히 칩거하면서 열심히 시든 문학이든 공부하여 좋은 시를 쓰는 것이 더 훌륭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시는 세계를 보는 시인의 시선이 웅장하고 섬세하다는 것과 새롭고 신선하다는 것이다. 이런 낭만적이고 지적인 상상을 하는 사람이 젊은 층이라니 더욱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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