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아침 식사
이해인
냉이국 한 그릇에 봄을 마신다
냉이에 묻은 흙 내음
조개에 묻은 바다 내음
마주 앉은 가족의 웃음도 섞어
모처럼 기쁨의 밥을 말아 먹는다
냉이 잎새처럼 들쭉날쭉한 내 마음에도
어느새 새봄의 실뿌리가 하얗게 내리고 있다
오래된 이해인님의 시 한 편을 보면서 봄을 만끽한다. 시인은 시를 통하여 독자들에게 감동과 생기와 기쁨을 북돋아 주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해인님의 시는 항상 쉽고 정겹게 그리운 사람이 보내온 편지를 읽는 기분으로 시인의 몫을 다한다고 생각한다. 위 시도 아름답고 동시처럼 발랄하다.
특히 시적인 면이 구절구절에 들어있다. /냉이국 한 그릇에 봄을 마신다/웃음도 섞어/말아 먹는다/ 냉이 잎새처럼 들쭉날쭉한 내 마음에도/어느새 새봄의 실뿌리가 하얗게 내리고 있다// 마지막 두 행에서는 시적으로 절정을 이루고 있어 아름답기도 하다.
이 시를 보니 시를 복잡하게 머리가 아프게 분해하기보다는 그리운 사람들께 뚝딱 냉잇국 먹자고 전화하고 싶다. 맛있는 봄 한 그릇 시원하게 쭉 들이키고 싶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