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크 소리를 듣는 몇 초간
정재분

철 지난 애인이 말했지

나는 나를 못 믿어

귓바퀴에서 오래도록 맴도는 진동에

예감이 고장났을 거야

씹을 게 늘 궁한 저작근에

함량이 모자라는 초콜릿이 도착했지

통째로 먹어치워도

밥이 될 수는 없다는 걸 알아버렸어

어쩌지 이젠 괜찮은데

맨정신으로 하루에 하나씩 약인 듯 먹으면

흑갈색 마법이 화를 낼까

불꽃놀이는 밤에 하는 거잖아

나의 초콜릿은

틀 모양 그대로 네모여야 해

반듯반듯한 형태가

상온에서 망가질지라도

강의 중에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가장 감동적인 일은 무엇일까?’에 대하여 토론을 한 적이 있다. 돈과 말(言)이란 단어가 가장 많이 나왔던 것 같다.

글이든 대화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 머리가 좋은 인간은 설사 자신은 속일지라도 상대방은 나에게 거짓 없이 진실하기를 바라며 대부분 그런 착한 사람들을 좋아하고 감동을 받는다.

이 시가 눈에 띈 것은 담백한 내용 때문이다. 창작일지라도 독자로 하여 진정성을 느끼게 하였다면 성공한 시라고 본다. 사람이 더불어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받게 되는 아픔을 차분하게 스케치하였기에 고통이 공유되는 시다.

요즘 뉴스에 연일 나오고 있는 남자 연애인이 여러 애인을 상대로 포르노를 동영상을 찍었다는 것도 상상을 해보면 한쪽에서는 진심으로 사랑을 하였을 수도 있었을 터인데 한쪽에서는 이를 악용하였다는 생각도 들기에 가슴이 아팠다.

군중 속에 외로움이라고 현대인들에게 진실이란 더욱더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일이 되었다.

드라마를 많이 보는 이유는 대리만족일지도 모른다.

어울려 살아야 하는 인간이 상대를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 것은 본질적인 문제라고 본다면 이 시는 사회에 대하여 자성의 칼날을 들이댄 냉정한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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