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정호승

어떤 사람은 자기의 그림자가
한 마리 새의 그림자가 될 때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기의 그림자가
한 그루 나무의 그림자가 될 때가 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자기의 그림자가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손의 그림자가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먼 길을 가는 동안
평생 울지 않고 갑니다

그림자는 생명이 없으니 죽음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물체의 크기와 모양, 그 형태를 숨길 수 없이 그대로 담아낸다는 점에서 논란의 가치가 있다고도 본다.

새는 새만의 자태로 살고 나무는 새를 품고 살기도 한다. 사람도 생김새와 사는 모양이 다르듯이 각자 자기 색깔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사람은 그릇이 모두 다르다.’ 라는 말도 했다. 타고나는 것 말고도 노력 여하에 따라서 평생 생각과 행동이 변하기도 하고 잘 살고 못살고 뿐만 아니라 성품까지 각기 다르다.

나는 요즘 나이가 먹을수록 자생능력마저 떨어져서 더욱더 작아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소한 것에 상처를 입는데 명상이든 종교든 의지할 곳을 찾는 것도 귀찮다.

남에게는 강하면서 정작 나 자신에게는 관대하기에 이 시가 눈에 띈 것 같다. 나를 담을 그릇이 예쁘진 않더라도 둥글둥글하여 누구나 편하게 대할 수 있는 넉넉한 크기로 변했으면 싶다.
울지 않고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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