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회가 16일 인천지역 시민단체와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의회 청사를 봉쇄한 뒤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안 처리를 강행해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시의회 청사에 사무실을 둔 인천시의 일부 부서는 이날 청사 봉쇄를 이유로 자체적으로 오전 휴무를 결정, 대부분의 직원이 '연장된 설 연휴'를 즐겨 물의를 빚고 있다.

시의회는 이날 구.군의원 선거구 획정 관련 조례 처리를 앞두고 사무처 직원들에게 오전 6시30분까지 출근하도록 '동원령'을 내렸다.

시의회 청사 출입문에는 일찌감치 셔터가 내려졌고, 시청에서 의회 청사로 오가는 유일한 통로에도 경비원과 직원들이 배치돼 이날 정오께 시의회 본회의가 끝날 때까지 일반인들의 통행을 막았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 5당 인천시당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날 4인 선거구 도입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하기 위해 시의회를 방문했지만 굳게 닫힌 의회 출입문만 바라보다가 발길을 돌려야했다.

▲인천시의회가 시민단체와 야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안 처리를 강행한 16일 오전 굳게 잠긴 인천시의회 출입문 앞에서 야당 당원과 사회단체 회원들이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시의회는 결국 4인 선거구를 모두 2~3인 선거구로 나눈 수정안을 마련, 투표에 참가한 30명 가운데 찬성 27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통과시켰다.

시의원들이 '철통경계' 속에 안건을 처리하고 있는 동안 의회 청사를 함께 쓰고 있는 인천시 도시디자인추진단, 건설심사과, 에너지정책과 등 3개 부서는 대다수 직원들이 아예 출근을 하지 않았다.

확인 결과 이날 오전 10시30분까지 사무실에 출근한 직원은 도시디자인추진단이 18명 중 5명, 건설심사과가 33명 중 4명, 에너지정책과가 18명 중 2명이었다.

도시디자인추진단 관계자는 "시의회 청사를 관리하는 사무처에서 설 연휴 전에 협조를 요청해 오전에는 쉬고 오후에 출근해 업무를 보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했다"라고 말했다.

에너지정책과 관계자는 "직원들이 별도의 출장이나 휴가계획서를 낸 것은 아니지만 의회 청사를 쓰고 있는 입장에서 사무처의 요청을 무시할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인천시는 이들 부서 직원들이 오전에 출근하지 않은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사실 파악에 나섰으며 무단결근 등 복무기강 해이가 확인될 경우 징계하기로 했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장금석 사무처장은 "시의회의 이번 결정은 정치 신인과 소수 정당의 지방의회 진출을 높이겠다는 중선거구제의 취지 자체를 말살하는 것이며 특정 정당의 독식구도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의회는 지난 2005년 말에도 같은 안건을 심의하면서 4인 선거구를 모두 없애 시민단체의 반발을 샀으며 현재 전체 의원 33명 중 한나라당 소속 의원은 32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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