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서왕모의 초대를 받다

누각의 동서남북에는 주수(珠樹), 옥수(玉樹), 선수(璇樹)가 자라고 봉황새와 난조(鸞鳥)가 노닐고 있었다. 또 사당수(沙棠樹)와 낭간수((琅竿樹)가 있는데, 낭간수 가지에는 진주와 같은 예쁜 구슬을 열매로 맺는 귀중한 나무였다.

그리고 문옥수(文玉樹) 가지에도 오색이 영롱한 아름다운 구슬이 영글어 탐스럽게 매달려 있었다. 또한 열매를 먹으면 장생불사한다는 불사수(不死樹)가 천길 높이로 늘어서 있었다. 그 곳에 흐르는 예천(醴泉)은 맑고 차가우며, 맛이 감미롭고 물가에 진기하고 묘한 화초들이 우거져 아름다웠다.

신선들이 모여 있는 곳을 자세히 보니 3천년에 한번 열매를 맺는 반도(蟠桃)나무와 소나무 그리고 괴석(怪石) 등이 병풍처럼 빙 둘러 쳐진 곳에 사슴, 백학, 공작 등에 한가롭게 노닐고 있었다.

그 가운데 서왕모가 시녀들과 시종을 거느리고 주연상 앞에 앉아 선동선녀(仙童仙女)들의 주악과 가무 장면을 보고 있는데 서왕모는 무척 기분이 좋은 듯 보였다. 서왕모는 신선주가 담긴 구하치(九霞巵)를 들고 춤을 추기도 하였다.

“어서 오세요. 저는 서왕모께서 보내서 왔습니다.”

까치보다 큰 푸른색의 새가 두 사람이 타고 있는 운거로 날아왔다.

“왕모의 사자께서 오셨군요. 우리는 동방의 나라 신라에서 왔습니다. 여기 이것은 달포 전에 금모께서 보낸 초대장이랍니다.”

원효는 품에서 붉은색 초대장을 내보이자 파랑새는 허공으로 날아오르더니 아름다운 소리로 지저귀며 빙빙 돌았다.

“요지에서는 설선랑(薛仙郞)께서 귀하신 분을 대동하고 오신다는 소문이 파다하답니다. 어서 저를 따라오세요. 두 분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요지에서 내가 온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그리고 두 분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원효는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도무지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두 사람이 탄 운거는 쏜살같이 청조(靑鳥)를 따라 비행하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운거가 요지 한가운데 내려앉았다.

“설선랑, 어서 오세요. 수만리 떨어진 신라 땅에서 이곳 서역(西域)의 곤륜산 요지까지 오시느라 정말로 애 많이 쓰셨습니다.”

푸른빛이 나는 군청색 비단옷에 금관을 쓴 아름다운 여인이 수십 명의 수행원을 대동하고 원효에게 다가와 공손히 인사를 건넸다.

“멀리 신라국에서 온 요석공주와 설서당이라 합니다. 구령금모(九靈金母)께 문안인사 올리나이다. 평강하신지요.”

원효스님과 요석공주는 서왕모에게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그대의 소식은 풍문으로 듣고 있었습니다. 옆에는 신라 최고의 미인이며 김춘추의 여식 요석공주로군요. 나의 딸 요희만큼이나 참으로 대단한 가인(佳人)입니다. 나의 초대에 기꺼이 참석하셨으니 이곳에 머무는 동안 인간세계에서 누리지 못한 지극한 환희와 쾌락을 마음껏 누리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아이는 나의 딸 요희라고 합니다. 두 분을 잘 보필할 것이니 크게 불편함은 없을 겁니다. 이곳은 신선들이 사는 곳이라 먹고 마시는 것과 일상의 생활에 약간 불편함이 따를 것입니다. 오늘 우리 선계(仙界)가 인간 세상을 어지럽히며, 인간 세상에 어두운 구름을 드리웠던 지옥계의 극악무도한 무리들을 모두 잡아 풍도지옥에 가둬버린 전승(戰勝)을 축하하기 위하여 조촐한 잔치를 열었습니다.

그러니 여기 모인 모든 남녀 선인들은 백일 밤낮으로 먹고 마시며, 지극한 즐거움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이곳은 누구든 마음에 들면 짝을 지어 수정궁에 들어 화촉(華燭)을 밝힐 수 있습니다. 행여 누가 호감을 표시하면 주저하지 말고 응해주시면 됩니다.

내 특별히 북해에서 잡은 용과 고래를 안주로 내놓고 수만 가지 진미(珍味)를 준비하였습니다. 그리고 요지 연못에는 반도(蟠桃)로 담근 술을 가득 채워 놓았으니 실컷 마시기 바랍니다. 이곳 하늘에는 해와 달이 동시에 떠 있고 별들이 영롱하게 빛을 발산하여 밤낮이 없습니다. 놀다 피곤하면 아무 궁전에 들어 잠을 청하면 됩니다. 그럼, 백일 동안 근심 걱정을 내려놓고 푹 쉬시기 바랍니다.”

서왕모는 안내하는 도중에 자주 요석공주에게 시선을 주면서 약간은 불편한 모습이었다. 남녀 신선들은 환호하면서 서왕모 만세를 불렀다.

“요희 또는 운화라고 하옵니다. 두 분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소선(小仙), 신라국에서 온 설서당이라 하고 이쪽은 신라국 요석공주라 합니다. 이렇게 운화부인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소문이 거짓이 아니었네요. 설랑은 태상노군도 첫눈에 반할 고결한 인품입니다. 그리고 공주 역시 경국지색이고요.”

“고맙습니다.”

요희는 이미 요석공주를 몹시 질투하는 눈빛이었다. 두 사람은 요희의 안내로 연회가 열리는 장소로 이동하였다. 청기와에 기둥이 모두 황금으로 된 거대한 궁전에 수백 명의 남녀 신선들이 어울려 연회를 즐기고 있었다. 연회장에는 수백 명의 요정들과 무희들이 요염한 자태로 춤을 추고 신선들은 박수를 쳐대기도 하고 술잔을 높이 들고 환호하면서 주연을 즐기고 있었다.

“방금, 동방의 신라국에서 오신 선남선녀 두 분을 소개합니다. 이쪽은 설서당이라 하며, 싯다르타의 제자로서 불법을 수호하고 조국 신라를 위하여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 선녀는 신라국의 공주로 이름은 요석이라 합니다. 두 분이 나의 초청에 응하여 이곳 서역까지 오셨으니 여러분들은 일말의 사심이 없이 동등한 자격으로 대해주시기 바랍니다.”

요지의 주인 서왕모의 소개 중에도 여자 신선들이 ‘설랑’, ‘설랑’을 외치며 환호하였다.

“구령금모와 운화부인 그리고 여러 남선과 여선들 이 처럼 환대하여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요지에 머무는 동안 여러분과 즐거운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많이 도와주십시오. 또한 함께 온 신라국 공주는 소선과 인연을 맺은 사이로 영원히 함께 할 여인이랍니다. 저희 두 사람을 많이 지도하여 주세요. 저의 본명은 설서당이고 하계에서 부르는 법명은 원효라고 합니다. 지금부터 소선을 ‘설랑’이라 불러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설서당이 소개를 마치자 여기저기서 남자 신선들이 ‘요석’, ‘요석’을 외치며 박수를 쳤다. 이어서 요희가 신선들을 소개하였다.

“두 분에게 유명한 남녀 진인(眞人)들 몇 분을 대표로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먼저 가운데는 저의 언니이며, 옥황상제도 반한 절세가인 태진(太眞) 부인입니다. 그 왼쪽은 봄꽃 같은 여신선 악록화(萼綠華)입니다.

다음은 고매한 성품의 동릉성모(東陵聖母) 그 오른쪽은 성공지경(成公智瓊)입니다. 그 옆으로 선계의 최고 무희 허비경(許飛瓊)과 백수소녀입니다. 그 옆은 남양공주로 요지에서 가장 따뜻한 마음씨와 요염한 몸매를 지닌 여선이랍니다.

이번에는 진인들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금모를 언제나 기분 좋게 해주시는 장사평(張士平)입니다. 무예에 뛰어난 재주가 있는 왕상(王常)입니다. 또한 진인 중에서 가장 잘생긴 갈현(葛玄)입니다. 그 옆은 한때 한무제 유철이 무척이나 총애했던 재주 많은 동방삭이고 그 옆은 술을 아주 좋아하는 왕민(王旻)입니다. 그밖에도 재주 많고 뛰어난 신선들이 많이 계시지만 다음에 수시로 소개하기로 하고 이만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계속

 

 

저작권자 © 남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