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권석창

이 가을 잔조로운 햇빛 아래

잊었던 사람의 이름 가만히 불러본다.

입술만 나무 잎처럼 잠시 떨리고

소리는 밖으로 나지 않는다.

이 가을, 바람 소소한 가로수 길을 걸으며

추억으로는 아무래도 갈 수 없어

먼 하늘 보다가 고개 숙이면

포도에 떨어지는 마른 낙엽.

내 그대를 사랑함은

이 마을 저 마을 헤맨 바람이

그대 집 문풍지 흔듦이여.

내 그대를 사랑함은

굴뚝새 낮게 날아

그대 집 처마에 깃듦이여.

지푸라기 더미를 스치는

어지러운 바람이여.

 

갑자기 가을 넴새가 그리워서 충청도 계룡산 자락을 갔다. 휴일에는 더욱 사람이 많다는 국립공원산도 불경기 탓인지 외부관광버스도 산행하는 사람들도 별로 없이 한적하였다.

길바닥에 앉아 먼 산 너머 하늘을 보고 있으려니 한 접시 구름을 타고 그리운 사람들이 떠오르고 그럴 때마다 바람이 머리카락을 일고 지나갔다.

나는 한줌 바람이 되어 이 마을 저 마을 다니다가 그대 계신 곳에 문풍지를 흔들고 싶고

굴뚝새 등을 타고 날아가 그대 집 처마에 들어 살고 싶고 스스로 지푸라기 더미를 건드린 것처럼 머릿속이 온통 어지럽게 있다.

권서각( 본명 권석창)님의 좋은 시를 여행에 함께 하였다. 따라서 한편의 시를 더 감상헤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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