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권영하

하늘 끝 마천루 정수리에

밧줄을 꽁꽁 묶었다

동아줄 토해내며 낙하하는 몸으로

건물의 창을 닦으며 절벽으로 내려간다

빌딩들 눈부시게 플래시를 터뜨려도

허공길 유리블록 사뿐히 밟으면서

수족관 물고기처럼

살랑살랑 물호수를 흔들며 헤엄친다

뙤약볕 빨아먹은 유리성이 열을 뿜고

빌딩허리를 돌아온 왜바람이

목숨줄을 무섭게 흔들지만

구슬땀을 흘리며 내려간다

아이스링크에 정빙기같이

생채기를 지운다

유리벽에 갇힌 사람들에게

푸른 하늘도 열어주고

유리창에 비치는 현수막의 사연도

살포시 보듬어 닦는다

의지할 곳 없는 허공에서

작업복 물에 젖어 파스내음 진동하고

피로가 줄끝에서 경적처럼 돋아나지만

또다시 하늘에 밧줄을 묶는다

땀 흘린 줄길이만큼 도시는 맑아지고

유리벽에 그려진 풍경화도

깨끗해지니까

- 부산일보 2019 신춘문예 당선작

커다란 빌딩에 매달려 청소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거미 같다는 생각을 한 번쯤 많은 사람들이 해보았을 것이므로 새로울 것까지는 없지만 공감대가 있기에 오늘 이 시를 골라본다.

우리 동네는 30년 이상 된 단독주택지역이라서 특별히 이 광경을 자주 보게 된다. 어려운 직업을 갖은 분들도 많고 성실하지만 어렵게 사는 분들도 많다. 유명한 누구는 이중 직업을 갖고 한쪽은 일을 전혀 안했어도 많은 월급을 받았다는 뉴스도 보았다.

세금을 많이 거둬서 나눠 갖는 것이 공평한 것이 아니라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한 만큼만 보수를 받아야 하고 적어도 일은 안한 곳에서는 급여를 주지 않는 구조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시는 거미처럼 매달린 노동자들을 시로 끝나지 말고 즉 데모를 한 주체들도 데모의 제목으로만 쓰지 말고 자성하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저작권자 © 남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