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한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녁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시가 좀 길어서 중간을 자르려다가 글씨를 축소해서 올려주시겠지 하는 맘으로 다 올린다. 오래전에 한강님의 소설을 읽어 본적이 있었는데 젊은 분이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을 한적 있다.

늦게나마 시집도 읽게 되었다. 소설가답게 시가 쉽고 공감대가 형성되어 좋다. 나는 나이가 든 지금보다 오히려 고등학교 때 삶과 죽음에 대하여 필요 이상으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유한한 인간의 삶이 비참하고 불행하다란 약간의 염세주의적 사고도 있었다. 지금 생각을 하면 우습기도 하고 그날그날 아무 생각도 안하고 사는 지금이 한심한 것 같기도 하고 좋기도 하다.

어쩌면 스스로에게 괜찮아 하면서 다독이고 사는지도 모른다. 부모님을 잃은 지금 나는 누군가가 나에게 ‘괜찮아’라고 말해줄 사람이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

아니 모두의 바램처럼 그런 말할 필요가 없도록 울 이유가 없었으면 좋겠다. 내년 1월이면 나는 할머니가 된다. 내 딸이 내 손녀가 평생 울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내가 그들에게 ‘괜찮아’ 라고 말할 일이 없도록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갖으면서 이 시를 올려본다. 이시간 하늘을 함께 보는 모든이들이 울일이 없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