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김선우

새벽잠 들려는데 이마가 간질거려
사박사박 소금밭 디디듯 익숙한 느낌
더듬어보니, 그다

무거운 나를 이고 살아주는
천자의 어디쯤에
보이지 않는 실끈의 뿌리를 심은 걸까

나의 어디쯤에 발 딛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의 말은 魂처럼 가볍고
가벼움이 나를 흔들어
아득한 태풍이 시작되곤 하였다

내 이마를 건너가는 가여운 사랑아
오늘 밤 기꺼이 너에게 묶인다

*거미
김수영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으스러진 설움의 풍경마저 싫어진다
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

어떤 시인이 건물외벽을 칠하는 노동자를 거미로 표현한 인상 깊은 시를 쓴 것을 보았다.

어떤 가수는 거미를 예찬한 노래도 불렀고 거미란 이름을 갖은 사람도 있다. 그러고 보면 거미는 다양한 색채로 사람들 사이에서 그려지고 있다.

거미를 소재로 하였으나 김수영씨의 시는 확연히 오래된 시고 김선우씨의 시는 젊다.

음악으로 표현하면 흘러간 노래와 아직 현재 유행가다. 어떤 종류든 거미의 입장에서 배경은 밤새워 집을 지어야 하는 고독이다. 쉽게 변질되는 사랑에 대한 외로움이나 거미줄에 묶인 억압에서 목마른 자유나 뽀얀 새벽을 맞을 뿐이다.

비바람에 끊어진 집을 보수하는 거미는 무슨 생각을 할까? 거미는 끈질기게 거미줄에 묶이고 싶지는 않았을까?

저작권자 © 남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