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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도설지'(道設智·월광태자)<5>가야연맹의 분열
2020년 05월 24일 (일) 08:49:53 최재효 cjhoy6044@korea.kr

<5> 가야연맹의 분열

 소가야 왕은 고령가야 왕에게 술을 따라주며 신라에 대한 신의를 유지하자고 부추겼다. 이에 양국의 중신들과 장자들도 손뼉을 치며 두 왕의 의견을 지지하였다. 두 진영 간의 치열한 눈치작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내일이면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올 것 같았다.

“대왕들과 소속 중신들 그리고 장자들은 오늘 밤 안으로 소가야와 고령가야 소속 중신들과 장자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소가야 왕과 고령가야 왕은 이미 마음을 굳힌 듯하니 그 두 사람은 제외하고요. 백제와 협력하는 길만이 우리 가야연맹이 평화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신라 매금왕은 여우 같은 자입니다. 절대로 그자를 믿으면 안 됩니다. 당장, 우리 반파국이 처한 현실을 보면 그자의 성격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백제의 부여명농 왕은 성인군자 같은 분입니다. 무조건 백제와 협력해야 합니다.”

뒤늦게 친 백제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자리로 이뇌왕이 합석하여 자신의 뜻을 강조하였다. 이뇌왕이 친 백제 정책을 강력하게 주장하자 모여 있던 사람들은 ‘우-’하는 함성으로 그에게 지지를 보냈다.

“중신들은 오늘 밤 안으로 소가야와 고령가야 인사들에게 접근하여 그들을 친 백제 정책으로 돌려놔야 합니다. 내일 연맹회의 결말에 가서 결론이 나지 않아 표결에 부칠 때 압도적으로 친 백제 정책을 지지하는 표가 나와야 합니다.”

아라가야 왕이 아라가야, 성산가야, 반파국 중신들과 장자들에게 명령조로 말하였다. 그의 주장에 이뇌왕은 박수로 화답하였다. 새벽까지 이어진 술자리는 먼동이 틀 무렵에 끝났다. 그 사이에 왕들은 모두 대취하여 잠자리에 들었고 가야 연맹 소속 중신들은 밤늦게까지 활발하게 오가며 술잔을 주고받았다.

친 백제계 인사들은 개인적인 친분을 앞세워 친 신라계 인사들을 만나 온갖 방법으로 설득하였다. 이제 날이 밝으면 가야연맹의 운명이 결정 날 판이었다. 예상대로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회의장 안은 고성만 난무했다.

“지금부터 우리 가야연맹의 향후 국정운영의 좌표가 될 정책 향방을 묻는 표결(票決)을 시작하겠습니다. 이미 각국의 대왕님들로부터 의견을 충분히 들었습니다. 나누어 드린 종이에 신라 또는 백제라고 쓰고 제출하시면 됩니다.”

표결이 시작되었다. 가야 연맹회의에서 중요사안이 결론이 나지 않으면 표결에 부쳤다. 이때 표결권(表決權)은 국왕과 2품 이상의 중신 그리고 2품에 해당하는 장자들에게 있었다. 보통 한 나라에 국왕을 포함하여 다섯 명이 표결권을 가지고 있었다.

표결하는 동안 회의장 안은 초긴장 상태였다. 만약의 사태를 위하여 회의장 밖은 무장한 병사들이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었고, 회의장 안에도 무장한 군관들이 빙 둘러서서 회의장을 감시하였다. 각국에서 대표가 나와 스물다섯 표의 표결내용을 일일이 확인하였다. 곧이어 개표 결과가 밝혀졌다.

“신라를 지지하는 표가 다섯 나왔습니다. 나머지 스무 표는 모두 백제를 지지하는 표입니다. 이상으로 표결을 마칩니다.”

회의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소가야 왕과 고령가야 왕의 얼굴은 사색에 가까웠다.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표결 결과에 항의하였지만, 이미 대세는 백제 쪽으로 기운 상태였다.

이뇌왕을 비롯한 아라가야, 성산가야 왕과 친 백제 성향의 원로들은 만세를 불렀다. 그들은 결과를 예상하였다면서 서로의 손을 잡고 치하하였다. 이 소식은 즉각 양화왕비와 도설지 태자에게 전해졌다.

“어머니, 소자는 태자비와 지금 즉시 신라로 가야겠습니다. 여기 있다가 누구 손에 죽을지 알 수 없습니다. 제가 떠난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도설지는 어머니 양화왕비를 붙잡고 눈물을 흘렸다.

“그래도, 부왕에게는 알려야 하지 않니?”

“아닙니다. 부왕이 알면 금방 주변 사람들도 알게 됩니다. 날이 저물고 있습니다. 모후는 모르는 체하십시오. 신라에 가서 자리를 잡으면 어머님과 월화를 데리러 오겠습니다. 그때까지 옥체 보전하소서.”

도설지와 태자비는 양화왕비에게 절을 하였다. 절을 받는 왕비의 두 눈에는 매작지근한 물질이 흘러내렸다. 도설지는 연맹회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신라로 갈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는 말을 타면 국경을 지키는 반파국 군사들에게 잡힐 것을 염려하여 산을 타기로 하였다.

그는 즉시 항우와 청조를 불러 이미 통보한 사항을 재점검하고 땅거미가 내려앉는 즉시 떠날 것이라 했다. 청조와 백조는 임신한 태자비 아랑을 간편복으로 갈아입히고 도설지의 명령을 기다렸다. 두 *시진이 지난 뒤에 도설지의 명령이 떨어졌다.

초저녁부터 비가 내리려고 하는지 하늘이 꾸물거렸다. 반파국 도성인 주산성에서 복면을 한 다섯 명이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그들이 사라지고 두 시진이 지나서 친 백제 진영에서 축하연에 참석하고 난 이뇌왕이 양화왕비의 처소에 들었다.

왕은 왕비를 위무하고 나서 도설지를 찾았다. 왕이 아무리 기다려도 도설지가 들지 않자 왕비에게 물었다.

 * 시진(時辰) - 한 시진은 약 2시간.

“뭐라고요? 태자가 신라로 갔다고요? 나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떠날 수 있는 겁니까?” “대왕, 태자를 잊으십시오. 그 애가 오죽했으면 떠났겠습니까?” “듣기 싫소.” 이뇌왕은 대노하여 큰아들을 불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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