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달
김일곤

박음질이 선명하다
오직 앞을 향해 나아갈 뿐
뒷걸음칠 수도 옆길로 들 수 없는 바느질
깁고 꿰매는 수행법이 인생을 닮았다
사는 일도 옷 짓는 일 같아서
자식 기르는 일 날실로 삼고
세월을 씨실 삼아 한 땀 한 땀 짜 왔다
치자 빛 삼베옷 펼쳐놓고
동정과 옷섶 매만지며 왜 웃곤 하실까
연꽃 입술 초승달 눈썹 그려서
시집온 날처럼 가시려는 걸까
윤사월 햇살 좋은 툇마루에 동그마니 앉아
마름질 마친 수의,
마당가 마른 햇살에 얼비쳐보는데
살아오신 것처럼 어긋남도 틀어짐도 없다
목련꽃 피고 풍경소리 맑게 우는 날
아슥한 길 떠날 때
입을 삼베옷 한 벌

이 시를 읽다보니 새삼 삶에 대하여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옛날에는 시골 동네 어르신 중에서 머리가 하얀분들 보면 참 오래 산 것처럼 보였다.

내가 그나이 되고 보니 참 짧다는 생각이다.

삼베옷은 영영 입고 싶지 않기에 오늘도 삶을 사랑하고 싶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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