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공복의식..`창의행정' 성공사례 이어져
단체장 전횡 주민이 막는다..시민의식 성장 

경북 구미 국가산업단지 3단지에 있는 태성전기 직원들은 과거 장마철이나 해빙기가 되면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공장 인근 절개지의 낙석방지용 철책이 설치된 지 20여년이 지나면서 낡을 대로 낡아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위험에 노출돼 있었기 때문이다.

간단해 보이면서도 쉽사리 개선책이 나오지 않던 이 문제는 애로사항을 접한 구미시가 나서면서 해결됐다.

태스크포스 형태의 부서인 구미시 기업사랑본부가 이를 주변 10여개 기업 근로자들의 안전과 관련이 있는 중요한 문제로 보고 7억3천만원을 들여 즉각 낙석방지 시설을 새로 설치한 것이다.

기업사랑본부는 기업의 민원을 한 자리에서 처리하고자 구미시가 2006년 설치한 기업관련 민원 부서이다. 3개 팀에 13명이 근무하는 이 부서는 지난 4년간 1천208건의 기업애로를 접수해 1천196건을 처리했고 12건은 처리 중이다.

덕분에 구미지역 기업들은 서류를 들고 이 부서 저 부서를 뛰어다니거나 답변 없는 민원 결과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불편에서는 최소한 벗어났다며 반기고 있다.

지방자치 15년을 맞아 이런 긍정적인 변화들이 전국 지자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기업이나 주민에게 과거 군림하는 듯한 인상을 줬던 공무원의 자세가 눈에 띄게 달라졌고 단체장과 공무원, 지역 주민이 힘을 모아 가난한 농촌을 전국이 주목하는 지자체로 바꾸는 등의 성공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원스톱은 기본..민원처리 '확 달라져' = 경남 김해시는 2007년 2월부터 원스톱 민원 발급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에 일반, 지적 및 건축, 세무 등 3개 분야로 분리 운영했던 민원 창구를 통합해 주민등록등본, 호적등본, 과세증명, 토지대장 등 17종의 민원서류를 한 곳에서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민원인들은 민원에 따라 허가과와 지적.건축과, 세무과 민원 창구를 번거롭게 찾아야 했던 불편을 덜게 됐다.

제주도는 각종 개발사업에 따른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국제자유도시본부 산하에 일괄처리팀을 2006년 7월 신설했다.

일괄처리팀은 부서별로 따로 맡았던 개발사업 시행 승인 절차를 한 창구에서 한꺼번에 처리하는 제도를 도입해 승인신청 서류 협의, 도시관리계획 결정이나 심의 등을 동시에 진행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이전까지 23개월이나 걸리던 개발사업 시행 인.허가 처리 기간이 8개월로 크게 단축됐다.

도는 앞으로 사업 규모별 개발사업 시행 승인 처리 기간을 20만㎡ 이하는 5개월, 30만㎡ 이하는 6개월로 더 줄일 계획이다.


◇창의 행정 '시골의 기적' 만들어 = 전남 함평군은 창의적인 행정으로 낙후된 농촌에서 세계적인 생태도시로 변신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계곡물이 흐르는 산도 없고, 명승고적이나 국보급 보물도 전혀 없는 '관광의 불모지' 함평군이 나비축제를 통해 새 역사를 쓰고 있다.

민선 2기 때인 1999년 첫선을 보인 나비축제는 지역 축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와 함께 매년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면서 지난해 11회째까지 관광객 1천218만여명이 찾았다.

깨끗한 자연환경이 고스란히 보전돼 있는 이점을 살린 것이 적중했다.

11차례의 나비축제를 개최하면서 입장료 수입만 63억원을 벌어들였다. 또 군이 개발한 나비 브랜드인 '나르다' 상품 판매액이 70억여원에 달했다.

특히 나비축제 10회째를 맞아 개최한 2008 함평세계나비.곤충엑스포에서만 93억여원의 입장료 수입을 올렸다. 이 행사는 목포대학교 용역 결과, 2천880억원의 지역 경제 파급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추산됐다.

함평군의 1년(2008년 기준) 지방세 수입이 71억여원인 점을 고려하면 나비축제의 경제성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나비축제는 척박한 하드웨어적 환경에 실망하지 않고 기발한 소프트웨어로 승부를 걸어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경남 창원시가 도입한 국내 최초의 공영자전거 '누비자(NUBIJA.누비다와 자전거의 합성어)'도 신선한 행정 사례로 거론된다.

누비자는 시민의 건강 증진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추진한 그린 시책이다.

창원 시민의 10%인 5만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할 정도로 호응을 얻으면서 시민의 대체교통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창원시는 현재 9% 수준인 자전거의 교통분담률을 2020년까지 20%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주민 힘으로 '무리수'에 제동 = 지방자치 15년 동안 시민 의식도 크게 성장했다.

주민소환법이 발효된 2007년 5월 이후 광역 자치단체장으로는 처음으로 김태환 제주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가 지난해 8월 26일 시행됐다.

주민소환제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대해 주민이 직접 정치적 책임을 묻는 제도.

제주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서귀포시 강정동마을회와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 등 도내 29개 단체로 구성된 도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가 "도의회의 의견조차 무시하고 정부와 해군기지 기본협약을 체결한 도지사를 심판하겠다"며 나선 것이다.

주민소환 투표에서 투표율이 11.0%로 낮아 주민소환은 자동으로 무산됐지만, 자치단체장이 주민들의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면 언제라도 주민소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충북 충주에서도 주민소환 움직임이 있었다. 충주시민 일부가 '시의원 향락성 외유사태 해결을 위한 충주 범시민대책회'를 구성해 2008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시의원 2명에 대한 주민소환 서명운동을 벌였다.

해당 선거구 유권자의 20% 이상 서명에 실패해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지만 커다란 파장을 낳았다.

주민소환 운동을 벌였던 백형록(38) 민주노총 충주.음성 대표자 협의회 사무국장은 "선거라는 형식적 절차를 통해 당선만 되면 임기가 보장되고 있는 현실에서 부도덕하고 부정.부패한 시의원들을 유권자의 이름으로, 시민의 이름으로 심판하겠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남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