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언(默言)
문태준

​절마당에 모란이 화사히 피어나고 있었다

누가 저 꽃의 문을 열고 있나

꽃이 꽃잎을 여는 것은 묵언

피어나는 꽃잎에 아침 나절 내내 비가 들이치고 있었다

말하려는 순간 혀를 끊는

 

대부분 6월에 오던 장마가 올해는 7월부터 시작하였는데 두 달 동안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국곳곳은 물론 중국과 일본 등 전 세계가 비로 인하여 피해가 너무 크다는 뉴스를 매일 접한다. 올해는 코로나에 비에 미세먼지에 지구가 힘들다.

이러다가 지구에서 생명체들이 숨을 쉴 수는 있을지 앞선 생각에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이 와중에도 시인들은 비에 대한 아름다운 시를 썼을 것 같아서 찾아보기로 하였다.

비에 관한 수많은 시들을 읽다가 다른 장르도 찾아볼까 넘기려던 참에 전에 보았던 시지만 이 시에 잡혔다.

이 시에서 비는 모란의 중심에 서 있다. 꽃의 문을 열고 있고, 꽃의 입을 닫게 하고 있다. 고요함 속에서 꽃의 사랑과 평화가 보인다.

나는 절과 불교에 대해서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득도의 세계는 몰라도 비에 젖은 모란이 예쁜 이유를, 마음의 평화를 맘껏 상상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남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