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공원 야고
변종태

난지도 새 이름 하늘공원에

만발한 억새풀 사이 걷다 듣는다.

귀에 익은 종소리, 물 건너 제주에서 듣던 그 종소리,

바람 불 때마다 딱 한 번만 들려주는 소리,

무자년 분홍 종소리 여기서 듣는다.

부끄럼에 상기한 볼, 아니란다.

억새 뿌리에 몸을 감춘 채

살아야, 살아남아야 했던 이유 있었단다.

잎사귀 같은 남편 산으로 가 소식 끊기고

돌배기 딸년의 울음소리 데리고 찾아 나선 길,

어디서 시커먼 그림자 서넛이

휘릭 바람을 타고 지나칠 때

아이의 울음 그러 막으며 억새밭에 납작 엎드린 목숨,

이제나저제나 수군거리는 소리 잦아들까.

틀어막은 입에서 새던 가느란 숨소리마저 잦아들고

붉게 상기한 볼, 딸아이 가슴을 텅텅 치며

목 놓아 부르던 딸아이 이름,

야고야 야고 야고.

핏빛 물든 억새 밑동에 몰래 묻어야 했던 분홍 종소리,

오늘 여기서 듣는다.

 

야고란 식물은 오래전에 등산을 하고 내려오다가 늪지대 같은데서 보았는데 가운데는 하얗고 양 옆쪽으로는 보랏빛으로 종 모양을 하고 있었다.

함께 걷던 한 친구가 ‘나팔꽃의 아기다.’ 라고 할 만큼 나팔꽃의 이미지도 있는 작고 귀여운 꽃이다. 시인은 야고를 제주도에서 본 아기와 그 엄마의 삶을 연결하여 시를 탄생시켰다.

야고란 식물은 억새풀에 기생하여 산다고 하니 억새풀 같은 험난한 세상에 여리고 여린 꽃잎이 견디기에 얼마나 억세게 힘들었을지 상상이 가는 좋은 시 한편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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