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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도설지'(道設智·월광태자) <38>월화공주의 정치
2021년 01월 17일 (일) 09:20:50 최재효 cjhoy6044@korea.kr

<38>월화공주의 정치

‘지소태후와 이사부, 거칠부 등 강경파들이 가만히 있지 않겠구나. 호전적인 그들이 가야연맹을 질책할 구실과 명분을 얻었으니 조만간 대규모 거병이 있을 것 같다. 아아, 이렇게 해서 가야연맹이 신라의 먹이가 되고 마는 것인가?'

고국을 걱정하는 사람은 월광뿐만 아니었다. 월화궁주 귀에도 율포 앞바다에서 일어난 일과 아라가야에서 일어난 불상사가 전해졌다. 그녀는 지아비 삼맥종 왕이 가야연맹에 어떤 조처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했다. 그러나 이대로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녀는 친정어머니인 양화왕비와 자매지간인 보도왕태후를 찾아갔다. 보도왕태후는 일련의 불미스러운 일들에 대하여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했다. 보도왕태후는 조카인 월화궁주를 총애하였다. 그녀에게 월화궁주는 조카이면서 손자며느리였다.

보도왕태후는 씨 다른 동생 양화왕비를 생각해 월화궁주를 특별히 대했다. “왜와 가야의 군선이 서라벌의 턱밑까지 진출하여 백성들을 다치게 하고 재물을 약탈했다. 사정은 알겠지만, 나는 실권이 없으니 어찌하누?”

보도왕태후는 정말로 난처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웬만해서 손자며느리의 사정을 모르는 체하지 않았다.

“제가 왕실에서 의지할 분은 오로지 왕태후님밖에 없습니다. 일련의 불미스러운 사태에 친정어머님과 저도 크게 당황하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다행히 여러 군데서 동시다발로 일어난 소요가 진정되었으니 안심해도 될 것입니다.”

월화궁주는 보도왕태후에게 매달려도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음을 알았지만, 시어머니인 지소태후에게 달려가 사정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녀에게 가야연맹의 사정을 봐달라고 해봐야 욕만 얻어먹을 것만 같았다. 월화궁주는 왕이 자신의 처소로 드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당장, 가야연맹과 왜국에 반 신라 소요사태와 율포 해변 침범 사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셔야 합니다. 가야연맹이 답변을 거부한다면 저들의 친 신라 정책은 신라를 기망하기 위한 술책에 지나지 않습니다.”

거칠부는 조정 중신들에게 가야연맹을 비난하는 말을 쏟아냈다. 신라왕이 조정의 중신들과 군부의 수뇌부들이 참석한 비상대책 회의를 개최하였다. 회의에서 다룰 안건은 지난번 왜와 가야의 군대가 율포 해안에 내려 저지른 사건과 이뇌왕 인산 날 반 신라 시위사태 그리고 아라가야 아시촌에서 발생한 대규모 시위와 시위 도중 사망한 신라 상인에 대한 처결 등에 관한 것들이었다.

회의에 웬만해서 참석하지 않는 지소태후도 이번에는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김무력 장군도 저만치 앉아서 회의 진행 상황을 예의 주시하였다.

“거칠부 경의 말에 일리가 있습니다. 이사부 장군은 어찌 생각하십니까? 허심탄회하게 말씀해 보세요.”

삼맥종 왕이 이사부를 지목하였다. 그는 이번 일련의 사태가 자신이 기획한 일이라 낯이 간지러워 침묵으로 일관하려 했다. 왕이 자신을 지목하고 나서자 그는 군부의 최고 실력자로서 의견을 피력해야 했다. 지소태후와 중신들의 시선이 일제히 노신(老臣) 이사부에게 쏠렸다. 그는 기침을 서너 번 하고 나서 무겁게 입을 열었다.

“대왕, 이제는 신라의 인내심이 한계점에 다다른 듯 합니다. 가야연맹을 우리 신라영토로 편입시킬 때입니다. 이제 합병할 명분도 있으니 저들에게 일단 해명할 기회를 주시고 시원한 답변이 없으면 곧바로 군사를 일으키면 될 것 같습니다. 우리 신라군이 그동안 허벅지에 살이 많이 올랐습니다.”

이사부의 말에 지소태후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김무력은 그녀가 미소 짓는 얼굴을 놓치지 않고 훑어보았다.

“다른 중신들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왕이 좌중을 둘러보았다.

“김무력 장군은 금번 가야연맹의 당돌한 도발 사건을 어찌 보시오?”

이번에는 왕이 금관가야 왕자 출신인 김무력을 지목하였다. 그는 멍청히 앉아 있다가 왕이 자신을 지목하자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으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잠시 주저하였다. 중신들의 시선이 그의 얼굴로 집중하였다. 완력에 비해 언변이 어눌하고 홑진 성격의 그는 왕과 지소태후를 한번 쳐다보고 헛기침을 하였다.

“앞서 두 장군께서 말씀하셨듯이 이제는 가야연맹을 신라에 합병할 시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그냥 두었다가는 가야연맹이 언제 백제나 왜나라 쪽으로 달라붙을지 알 수 없습니다. 만약, 왜의 야마토가 가야연맹이나 주변 소국들로부터 조차지(租借地)라도 얻게 된다면 힘든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김무력 장군이 겨우 말을 마치고 앉았다. 그는 말을 마치고도 뭔가 좀 찜찜한 듯 킁킁거리며 옆 사람을 흘낏거리며 둘러보았다.

“김장군의 말이 백번 옳습니다. 대왕께서는 호기(好期)를 놓치지 마세요. 신라가 삼한을 일통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신라의 후미에 있는 가야연맹을 복속해야 합니다. 저들을 두고 북서쪽으로 국력을 신장시키려는 정책은 무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나절 이상 계속된 비상대책 회의에서 많은 안건이 쏟아져 나왔다. 안건의 주요 방향은 가야연맹의 복속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지소태후가 오래전부터 주장한 가야정벌이 먹혀들면서 신라는 급속히 가야정벌 쪽으로 대외 정책을 수립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 선제 조건으로 신라왕은 가야연맹에 특사를 파견하여 일련의 불미스러운 사태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거였다. 신라 조정은 반파국에 특사를 파견하였다. 양화왕비와 뇌주는 신라의 특사를 맞아 후하게 대접하였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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