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행위 앞에서 언제까지 눈 뜬 장님으로 있을 것인가
남동구선거관리위원회 선거담당관 이범렬

“명절을 앞둔 시점이면 국회의 의원실마다 명단 정리에 바쁘다. 공직선거법도 지켜야하고,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금지에 관한 법률)에 저촉되지 않게 법 테두리 안에서 신경써서 인사할 곳이 많기 때문이다.”

▲선거담당관 이범렬

예전에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있던 대학교 후배를 통해 들은 얘기다. 명절 민심에 촉각을 세우고 자신의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각인시키면서 다음 선거를 준비하려는 나름의 전략일 것이고 명절 연휴기간이 주는 프리미엄 효과에 주목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명절 인사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면 우리 고유의 세시풍속만의 고마움과 정(情)의 표현으로 권장할 일이다. 공직선거법에서도 정치인의 기부행위를 상시 제한하고 있지만, 예외적으로 구호적·자선적·의례적 행위 등은 합법적인 기부행위로 허용하고 있다.

다만, 조심해야 하는 부분은 공직선거법에 저촉된 기부행위를 한 사람은 물론 받은 사람도 처벌받는다는 점이다. 제공받은 금품·음식물 등의 가액이 100만원 이하일 경우 3천만원 범위에서 10배~50배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100만원을 초과하면 과태료가 아닌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선관위의 적극적인 홍보와 예방·단속활동으로 기부행위에 대한 경각심은 향상되었지만, 아직도 정치인들의 기부행위 관련 뉴스는 자주 보인다.

며칠 후면 민속명절인 설인데,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고향 방문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많은 분들이 고향의 가족·친척에게 선물 배송과 안부로 마음을 표현할 텐데 정치권, 특히 이번 4. 7.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지역의 입후보예정자들은 명절 선물을 빙자한 기부행위 제공의 유혹에 현혹되기 쉬운 시기이기도 하다.

또한, 코로나19가 사회 전반을 비대면 문화로 바꾸고 있는 상황에서 명절을 전후한 기부행위 풍경 또한 온라인, 택배 등을 이용한 음성적인 행위로 변질될 가능성도 크다.

선관위에서는 설 명절을 전후하여 위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특별 예방·단속활동을 펼치고, 위법행위 발생시 철저히 조사하여 고발 등 강력 조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금품 제공행위 근절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권자의 인식변화다. 정치인은 돈 기부가 아닌 진정한 정책 기부로 승부해야 한다는 얘기는 매번 선거 때마다 나오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

미국의 정치가이자 대통령이었던 토머스 제퍼슨의 “국민이 통제하지 않으면 어떤 정부도 계속 좋은 일을 할 수 없다”라는 정치 명언은 주인인 국민이 깨어있을 때만이 한층 더 성숙한 민주주의로 발전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유권자 모두가 상시 제한되는 기부행위 금지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위법행위가 의심되면 적극 신고·제보하는 민주시민의식을 발휘해야 한다. 기부행위에 기대어 유권자에게 어필하는 정치인은 자신을 옥죄는 부메랑이 되어 다시는 정치 재기를 할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할 것이다.

이제는 유권자인 국민이 눈 뜬 장님이 아닌 민주정치의 진정한 파수꾼 역할을 다함으로써 아름답고 깨끗한 선거문화가 단순히 슬로건에 그치지 않고, 생활주변선거에도 영향을 미치는 일상 생활속의 정치문화로 자리매김해가야 할 것이다.

아름다운 선거 행복한 대한민국(우리 동네)의 완성은 현명한 유권자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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