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김수환 추기경

삶이란

우산을 펼쳤다 접었다 하는 일이요

죽음이란

우산이 더 이상 펼쳐지지 않는 일이다

성공이란

우산을 많이 소유하는 일이요

행복이란

우산을 많이 빌려주는 일이고

불행이란

아무도 우산을 빌려주지 않는 일이다

사랑이란

한쪽어깨가 젖는데도 하나의 우산을 둘이 함께 쓰는 것이요

이별이란

하나의 우산 속에서 빠져나와 각자의 우산을 펼치는 일이다

인연이란

비 오는 날 우산 속 얼굴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요

부부란

비 오는 날 정류장에서 우산을 들고 기다리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다

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갈 줄 아는 것은 인생의 멋을 아는 사람이요

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가는 사람에게 우산을 내밀 줄 알면 인생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건 우산이다. 한사람이 또 한 사람의 우산이 되어줄 때 한사람은 또 한사람의 마른 가슴에 단비가 된다.

성도가 많은 목사님들의 설교나 바쁜 강사님들의 공통점은 누구에게나 이해가 잘 가도록

쉽고 이치에 맞는 예로 강의를 하신다고 한다. 물론 종교는 하늘에서 내리신분이라고 하겠지만 딱딱하고 재미없는 성경책을 쉽게 설명한다는 것은 개인적인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시보다도 시적이고 어느 논문보다도 논리가 타당한 이글을 읽으면서 가슴이 짱하다. 나의 우산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쓰이고 있는 것일까 돌아본다.

누구에게 줄 것도 없고 누구 것을 빌려 쓰지도 못하는 오르지 한 개뿐이 내 우산은 그마저 낡고 찢어져 있다. 서둘러 많은 우산을 생성하여 넉넉한 마음의 단비가 되고 싶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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