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각지대
-이끼
명서영

이끼가 그늘을 좋아한다고 가볍게 말하지 마라
어둠이 두렵다, 그는
출구 찾다가 온통 그늘을 뒤덮었다

얼마나 발버둥 쳤으면
햇볕을 받지 않고도 푸른 피가 돌고
잎과 줄기의 구별을 명확히 할 겨를도 없었겠는가?

어떤 것은 일 센티 크는데 백년이 걸린단다
무겁고 허기진 잎

그의 작은 키는 그늘의 슬픔이다, 평생
음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운명도 있다

2009년도 5.18문학상 수상작품

오늘 인천 미추홀구 승학산에서 이끼를 만졌다. 올해가 가면 승학산은 공원으로 바뀐다고 한다. 이끼뿐만 아니라 많은 나무들이 사라질지도 모르기에 기도하는 마음으로 만졌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시멘트 길에 정리된 공원보다는 울퉁불퉁하고 제각기 자라는 풀과 나무들이 있는 산이 나는 더 좋다. 이대로 100년 이상 있었으면 하지만 나무들도 나도 힘이 없다.

2009년도에 어느 깊은 산자락에서 이끼 가득한 숲을 밟으며 많은 생각을 했었고 그날 집에 와서 식물도감과 백과사전과 밤늦게까지 본 기억도 난다. 2009년도 내가 쓴 시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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