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각기 자기 색깔
천양희

세상의 바람 중에
솔바람만큼 영원한 초록이 있을까
세상의 일중에
진실만큼 짙은 호소력이 있을까
세상의 말 중에
거짓말만큼 새빨간 속임수가 있을까
세상의 감정 중에
우울만큼 깊은 우물이 있을까
사람의 사랑 중에
옛사람만큼 희미한 그림자가 있을까
세상의 사람 중에
시인만큼 변화무쌍한 계절이 있을까
세상의 시중에
고독만큼 자신을 고립치로 만드는 성지聖地가 있을까

제각기 자기색깔
제각기 자작自作 나무

 시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인간의 삶과 자신의 존재에 대하여 생각해보았을 것이다. 이 시는 그런 의미로 자신을 들여다보는 성찰의 시라고 본다.

천 시인님의 삶을 전부는 알 수 없지만 그 일부나마 살면서 부딪치는 고뇌와 기쁨과 아름다운 사고를 살짝 엿보는 느낌이라서 좋다. 그러고 보면 시인의 특권은 많다.

고양이를 싫어하는데 공원에서 만난 집 없는 고양이를 보고 그의 삶을 상상하며 간식을 나눠먹은 것이라든지 바람난 남편과 이혼을 선언하고도 이룰 수 없는 남편의 사랑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하는 기막힌 객관적 시선으로 용서 대신 이해가 되니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은 오르지 온 몸속에 시인의 피 때문이었다.

시인은 따로 없다. 냉철함 속에서도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한 누구나 다 시인이다. 제각기 자기색깔로 존재하는 이렇게 예쁜 세상에 내가 지금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

저작권자 © 남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