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전 세계를 그라운드 열기로 달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축구대회 본선 개막이 3일(한국시간)로 D-100일을 맞는다.
지난 1930년 제1회 우루과이 대회를 시작으로 19회째를 맞는 지구촌 최대의 축구 전쟁은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최남단에 자리를 잡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100일 뒤 화려하게 막을 올린다.
월드컵 축구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아공은 높은 범죄율에 따른 안전 우려를 낳고 있지만 월드컵은 예정대로 6월11일 오후 11시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남아공-멕시코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한 달여 열전에 들어간다.
치열한 대륙별 예선과 플레이오프를 거친 32개국이 4개팀씩 8(A∼H)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벌인 뒤 각 조 1, 2위가 16강부터 토너먼트 방식으로 우승팀을 가린다.
조별리그 48경기, 16강부터 결승까지 16경기 등 총 64경기가 열리는 월드컵 본선은 내로라하는 스타 선수들이 조국의 명예를 걸고 그라운드 대결을 벌이는 만큼 축구팬들은 밤낮이 다른 남반구에서 펼쳐질 빅매치에 밤잠을 설칠 것으로 보인다.
7회 연속(통산 8회)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한국은 유럽의 복병 그리스,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 아프리카의 대표 주자 나이지리아와 B조 조별리그에서 두 장을 16강 진출 티켓을 다툰다. 안방에서 열렸던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창조했던 한국은 사상 처음으로 해외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통과에 도전한다.
한국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 처음 출전하고 나서 월드컵 본선에 서지 못하다 1986년 멕시코 대회를 시작으로 이번 대회까지 7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4강 기적'을 일으켰던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제외하곤 맥을 추지 못했다.
2006년 독일 대회까지 7차례 월드컵에서 한 번도 조별리그 관문을 뚫지 못한 채 16강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을 경험했다. 독일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상대인 토고를 2-1로 꺾은 게 외국에서 치러진 월드컵 본선에서 거둔 유일한 승리다.
4년 만에 참가하는 한국으로선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도전이 만만치 않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개막 다음 날인 6월12일 오후 8시30분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그리스와 16강 진출을 점쳐볼 수 있는 첫 관문인 B조 개막 경기를 치른다.
한국이 그리스를 상대로 승점 3점을 챙기며 첫 단추를 잘 끼운다면 상승세를 타며 한 수 위 전력으로 평가되는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와 경기에서 힘을 낼 수 있다.
반면 그리스에 발목을 잡힌다면 조별리그 통과는 사실상 물 건너간다. 그리스와 1차전이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 운명을 가름하는 일전인 셈이다.
2004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4) 정상에 오르면 세계를 놀라게 했던 그리스는 유럽팀 중 해볼 만한 팀이지만 `명장' 오토 레하겔 감독의 지휘 아래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역습으로 한 방을 노리는 만만찮은 상대다.
역대 A매치 맞대결에선 한국이 1승1무로 앞서 있으나 월드컵 유럽예선에서 10골을 뽑으며 득점왕에 오른 테오파니스 게카스는 경계대상 1호로 꼽힌다.
장신 수비수들이 제공권 싸움에서 강하지만 수비 뒷공간을 이용한 침투에 약점을 보인다는 점에서 한국은 그리스의 아킬레스건을 공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를 넘어도 조 1위가 유력한 아르헨티나와 남은 한 장의 티켓을 기대하는 나이지리아가 기다리고 있다.
한국은 아르헨티나와 6월17일 오후 8시30분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2차전에서 맞붙는다.
아르헨티나는 우여곡절 끝에 월드컵 남미예선을 통과했다. 화려한 개인기를 자랑하는 리오넬 메시, 카를로스 테베스, 세르히오 아게로, 디에고 밀리토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즐비하다.
지도력 불안을 떨쳐내지 못한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고 조직력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점은 한국으로선 믿을 구석이지만 전통 강호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아르헨티나와 경기가 열리는 요하네스버그는 해발 1천753m다. 허정무 감독은 지난 1월 해발 1천233m의 남아공 루스텐버그에서 보름여 전지훈련으로 고지대 적응 훈련을 했다. 한국은 아르헨티나와 네 차례 맞대결에서 1무3패로 약했다.
한국은 6월23일 오전 3시30분 더반의 모세스마비다 스타디움에서 `슈퍼이글스' 나이지리아와 조별리그 마지막 대결을 벌인다.
두 차례나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을 제패하고 1994년 미국 대회와 1998년 프랑스 대회에서 2회 연속 월드컵 16강에 올랐던 나이지리아는 샤이부 아모두 전 감독이 경질하고 최근 스웨덴 대표팀 사령탑을 지냈던 라르스 라거백(62)을 선임했다.
스벤 예란 에릭손, 브루노 메추, 라토미르 듀코비치, 글렌 호들 등과 경쟁을 뚫고 나이지리아를 지휘하게 된 라거백 감독은 4개월여 동안 어떻게 팀의 조직력을 끌어올릴지가 관심거리다. A매치 맞대결 전적에선 한국이 2승1무로 앞서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미드필더 존 오비 미켈과 에버턴에서 뛰는 중앙수비수 조셉 요보, 공격수 아예그베니 야쿠부 등이 나이지리아의 키플레이어로 꼽힌다.
허정무 감독은 2승1패 또는 1승2무를 16강 통과를 위한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그리스를 반드시 꺾고 나서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1승1패 또는 2무승부를 기록해야 하는 셈이다.
지난 1월 남아공-스페인으로 이어지는 20여일의 해외 전지훈련을 했던 대표팀은 지난달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2승1패로 우승컵을 놓쳤다. 중국과 경기에서 뼈아픈 0-3 참패를 당하고 나서 일본을 3-1로 대파하며 `도쿄대첩'을 완성했다.
3일 펼쳐질 코트디부아르와 평가전이 5월 재소집 전에 치를 마지막 평가전이다. 조별리그 3차전 상대인 나이지리아를 겨냥한 코트디부아르와 평가전에는 허벅지를 다친 박주영을 제외한 해외파가 총출동한다.
이르면 4월 말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을 확정한다. 5월16일 아르헨티나를 대비해 에콰도르를 불러들여 A매치를 갖는다. 이어 같은 달 24일 `영원한 맞수' 일본과 재대결을 펼친다. 한일전 직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로 넘어가 고지대 적응을 겸하며 `무적함대' 스페인(6월3일) 등 유럽 두 팀과 경기로 본선 경쟁력을 높이고 다음 날 결전의 땅인 남아공으로 넘어간다.
허정무 감독은 박지성과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 이영표, 차두리, 김남일, 이근호, 이정수, 곽태휘, 이운재, 김영광, 정성룡, 김정우, 조용형, 오범석 등은 최종 엔트리 구상에 포함했다. 남은 기간 이동국과 안정환, 이승렬 등이 주전 경쟁을 뚫고 최종 티켓을 얻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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