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D-100> ② 순탄찮은 허정무호 여정

`27경기 연속 무패 행진 끝에 찾아온 위기와 반전, 그리고 새로운 도전.'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을 시작으로 7년 동안 이어졌던 외국인 사령탑 시대를 마감하고 2007년 12월 한국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허정무(55) 감독이 2년 3개월 동안 걸어왔던 길은 좌절과 영광이 교차했다.
그러나 허정무호의 최종 종착지인 오는 6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까지 4개월여 시간은 한국 축구의 희비가 엇갈리고 축구팬들의 관심이 증폭되기 때문에 긴장도는 훨씬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허정무 감독은 2007년 12월7일 핌 베어벡 전 감독의 중도 사퇴로 자리가 빈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대표팀 사령탑 데뷔전이었던 이듬해 1월 칠레와 평가전에서 0-1 패배로 씁쓸한 신고식을 치렀던 허정무 감독은 1주일 뒤인 2008년 2월6일 안방에서 치러진 투르크메니스탄과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1차전 4-0 완승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허정무 감독은 이후에도 몇 차례 찾아온 위기를 정면 돌파하는 승부사적인 기질을 발휘하며 월드컵호의 선장으로 순조로운 항해를 이어왔다.
그해 중국 충칭에서 개최된 2008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1승2무의 성적표를 받으며 우승을 차지했으나 3월26일 중국 상하이에서 치러진 북한과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2차전에서 또다시 0-0으로 비기면서 `허무 축구'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이어 요르단과 3차 예선 3차전 홈경기에선 두 골을 먼저 넣고도 수비 불안과 골 결정력 부족을 드러내며 2-2 무승부를 허용해 팬들의 불만은 고조됐다.
허정무 감독은 팬들의 질책이 거세자 아시안컵 음주사건으로 대표팀 1년 자격정지 징계가 풀리지 않았던 골키퍼 이운재(수원)의 `사면설'을 꺼냈다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고 결국 뜻을 접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6경기 무패(3승3무)의 성적으로 3차 예선을 마무리했으나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레이스 출발도 좋지 않았다.
북한이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 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바람에 중국 상하이에서 치른 9월 최종예선 1차전 원정경기에서 또 1-1로 비겼다.
허정무호 출범 후 남북대결에서 네 경기 연속 이어진 무승부 행진이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허정무 카드로는 월드컵 본선행이 어렵다'는 회의론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젊은 피를 수혈하며 `세대교체 실험'을 계속했던 허정무 감독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해외파와 조화를 이뤄 안정을 찾으면서 이후 승승장구했다.
2008년 10월 김남일(톰 톰스크)을 대신해 대표팀 주장을 맡은 박지성은 자율적인 분위기를 유도했고 그해 11월8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최종예선 3차전 원정에선 짜릿한 2-0 승리로 19년간 이어졌던 `사우디 무승 징크스' 사슬을 끊어냈다.
태극전사들은 험난한 이란 원정에서도 승리나 다름없는 값진 1-1 무승부를 엮어내며 지난해 6월 아랍에미리트(UAE)와 아시아 최종예선 6차전에서 일찌감치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었다.
자신감을 얻은 허정무 감독은 "히딩크 감독의 여운을 걷어내고 이제는 한국 축구의 꿈과 희망을 새롭게 키워나가야 할 때가 됐다"고 선언했다.
월드컵 최종예선을 4승4무로 마감한 허정무호는 같은 해 11월 월드컵 본선 진출국인 세르비아에 0-1로 덜미를 잡히기 전까지 27경기 연속 무패(14승13무)를 달리는 질주를 이어갔다.
지난 1월 남아공-스페인 전지훈련과 지난달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허정무 감독은 롤러코스터를 타야 했다.
국내파 위주로 꾸린 대표팀이었지만 잠비아와 평가전에서 2-4로 완패했다. 다행히 핀란드, 라트비아를 차례로 꺾고 체면치레를 했지만 이동국(전북) 등 K-리거 공격수들의 득점력 빈곤은 도마 위에 올랐다.
동아시아선수권대화에서도 `복병' 중국에 뼈아픈 0-3 참패를 당해 위기를 맞았던 허정무 감독은 설인 2월14일 한일전 3-1 완승으로 일각에서 불거졌던 `경질설' 논란을 잠재웠다.
월드컵 개막전까지도 한국은 강호들과 맞대결이 차례로 예정돼 있다.
당장 월드컵 개막 D-100일인 3일에는 아프리카의 강호 코트디부아르와 만난다.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상대인 나이지리아를 겨냥한 가상 평가전이다.
`검은 폭격기' 디디에 드로그바(첼시)를 앞세운 코트디부아르는 한국에 한 수 위 전력을 갖췄다.
허벅지를 다친 박주영(AS모나코)을 제외하고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청용(볼턴) 등 해외파를 총가동해 치르는 경기라서 월드컵 때 한국이 받아쥘 성적표를 조금이나마 예측할 수 있는 시험 무대다.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명도 거의 윤곽을 그린 상태에서 최정예 멤버로 상대하는 최종 모의고사다.
코티디부아르와 평가전을 끝으로 잠시 공백기를 갖는 대표팀은 이르면 5월 초 다시 모인다.
선수들은 소속 리그 경기에 참여한 뒤 월드컵호 소집 가능 시점인 5월12월을 전후해 완전한 대표팀으로 출발한다.
허정무 감독은 한국프로축구연맹과 K-리그 15개 구단에 5월 초 소집 협조를 요청한 상태지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허 감독은 5월 초 소집하면 4월 말 최종 엔트리 23명을 발표하고 여의치 않으면 5월 초 태극전사 명단을 확정할 예정이다.
파주 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열흘 정도 담금질을 하는 대표팀은 5월20일 전후에 일본으로 넘어가며 24일 일본과 한일전을 치른다.
대표팀은 한일전 직후 전지훈련지인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로 건너가 유럽팀과 두 차례 평가전을 갖는다.
5월30일 또는 31일 상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6월3일에는 세계 1위인 `무적함대' 스페인과 맞붙는다.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의 분수령인 그리스와 조별리그 1차전을 대비한 포석이다.
대표팀은 6월4일 결전의 땅인 남아공에 입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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