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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이등령 전설'<7> 물레방앗간 정사
2021년 12월 04일 (토) 08:00:24 최재효 cjhoy6044@hanmail.net

이등령 전설<7>물레방앗간 정사

“소녀도 잠이 오지 않아 바람 쐬려고 잠시 나왔습니다.”

금봉이 고개를 푹 숙이고 무슨 죄를 지은 사람처럼 서 있었다. 박달은 한별이의 곁으로 다가가 속삭였다.

“남녀가 유별한데 혹 누가 볼까 두렵습니다. 우리 저쪽으로 걸어요.”

박달이 가리키는 곳은 컴컴하게 숲속으로 난 오솔길이었다. 금봉은 그쪽으로 가면 이등령 방향으로 올라가는 길로 접어든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오솔길을 걸어간다고 한들 쉴 만한 곳이 없었다. 계속 산속으로 이어지는 길을 걷다가 마을 사람들 눈에 띄면 괜한 입방아에 오를 수도 있기에 금봉은 다른 곳을 찾으려고 하였다.

사람이 한평생 살면서 만나는 사람 중에는 다시 만날 사람도 있겠지만, 다시는 만나지 못할 사람이 더 많다.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게 인생이라, 죽도록 사랑하다가 타의(他意)에 의해 헤어지거나 스스로 이별한 사람들도 다시 만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사람이 마음에 맞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기적(奇蹟)이라 할 수 있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 중에서 어느 특정인과 마주친다는 것은 아주 유의미한 일이다. 아무리 짧은 만남이라 하더라도 무의미한 인연은 없다. 살면서 우연한 만남이 빈번할 수 있겠지만, 그 어떤 순간의 만남도 결코 소홀히 하면 안 된다. 만남 뒤에는 반드시 호불호(好不好)의 대가가 따른다.

아름다운 추억으로 혹은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으로 누군가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면, 그는 참 인생을 살았다고 볼 수 있다. 인연이란, 오다가다 스치는 우연이 아니라, 어깨를 부딪치며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서 또 다른 나를 찾아가는 특별한 여정(旅程)이기도 하다.

그러나 함부로 인연을 만들면 어떻게 될까. 술로 맺은 친구는 술을 끊으면 없어지고, 돈으로 만든 친구는 돈 떨어지면 사라진다. 인연을 만들고 가꾸는 것도 본인의 임무이며 소명이다. 하늘이 맺어주는 인연은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옷깃이 스치는 일은 아무하고 이루어질 수 없다. 옷깃이 스치는 인연은 빙인(氷人)의 승낙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은 평생 단 한 번도 옷깃이 스치는 진정한 인연을 맺지 못하고 인생을 마감한다. 그 같은 기적은 본인이나 혹은 조상의 수많은 전생의 선과(善果)가 있어야 가능하다.

 “저어, 도령님, 저 길은 시랑산 이등령으로 이어지는 길인데, 그 길로 아무리 가더라도 마땅히 앉아서 쉴 곳이 없어요. 그냥, 이 근처에서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금봉은 평동에서 타고 자랐기 때문에 박달이 가려고 하는 방향으로 가면 무엇이 있는지 잘 일고 있었다. 숲속 산길은 무척 위험했다. 산길을 걷다가 산짐승이나 도적을 만날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사고로 몸을 상할 수도 있다.

“그래요? 그럼, 어쩐다.”

“이 근처에 적당한 장소를 찾아보셔요.”

“어디가 좋을까.”

박달은 물레방앗간이 두 사람이 타인의 시선을 피해 대화를 나누기에는 안성맞춤이기는 하나 첫 만남부터 물레방앗간 안으로 들어가자는 말이 차마 나오지 않았다. 한별 역시 처녀가 먼저 물레방앗간 안으로 들어가자고 하면 박달이 어찌 생각할지 몰라 주저하였다. 금봉은 용기를 내어 물레방앗간을 가리켰다.

“도령님, 물레방앗간 안에 쉴 만한 공간이 있긴 한데요. 밤이라서 좀 뭣하기는 하지만…….”

그녀는 물레방앗간을 가리키기는 했지만, 박달과 방앗간 안으로 들어간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다행히 방앗간 문이 잠겨있지 않았다. 물레방앗간 앞에서 타지 남자와 서성대다가 마을 사람들 눈에 띄면 좋지 않은 소문이 날 것이 뻔하므로 금봉은 오래 물레방앗간 앞에 서 있을 수 없었다. 그녀는 조바심치는 마음을 간신히 추슬렀다.

그렇다고 꿈에서 만난을 임이 앞에 서 있는데, 그냥 이대로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그녀는 박달이 자신의 꿈속에 나타난 그 사내가 분명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꿈속의 임이 현실 세계에 나타나 앞에 서 있다는 것에 감동하면서도, 그녀는 지금까지 현몽(現夢)한 일에 대하여 진실을 알고 싶었다.

‘아, 어쩐다? 방앗간 안이 비좁아서 좀 어색할 텐데…….’

금봉은 손가락을 깨물면서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하다가 앞서서 박달에게 물레방앗간으로 들어가는 문을 알려 주었다. 금봉은 금방이라도 마을 사람들이 나타날 것 같아 조바심이 나서 더는 주저할 수 없었다.

“도령님, 저를 따라오세요.”

한별이 물레방앗간 문을 밀자 문이 사르르 열렸다. 물레방앗간 안에는 볏가마니, 멍석, 새끼줄, 삼태기 등이 널려 있었지만, 다행히 어른 두서너 명은 충분히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그녀는 얼른 문을 잠갔다. 혹시 마을 사람들이 지나다가 무심코 문을 걷어차거나 손으로 툭 치면 열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마을에서 여기 밖에 마음 놓고 쉴 만한 곳이 없어요. 밖에 서 있다가 행여 마을 사람들이 보면 곤란해요. 도령님, 불편하시더라도 잠시 여기 앉아서 이야기해요.”

희미한 달빛이 엉성한 문틈 사이로 들어왔다. 어둠 속이지만 박달을 바라보는 한별의 시선은 달떠있었다. 그녀가 빈 가마니 위에 앉고 옆으로 박달이 앉았다.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몸이 밀착되었다.

“처음 그대를 봤을 때 나는 그대에게 혼을 빼앗겼소. 어찌 이런 산골에 선녀가 살고 있단 말이오?”

“도령님, 놀리시면 싫어요. 저는 그저 수수한 산골 소녀랍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대처에 나가 살아본 적이 없는 촌뜨기 인걸요. 이 마을을 떠나서 가본 곳이라고는 외가가 있는 봉양밖에 없어요. 저의 꿈은 한양에 한번 가보는 거랍니다. 운이 좋아 한양에서 살 기회가 있다면 너무 좋을 거 같아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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