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외돌개
배한봉

파랗게 올라가 하늘이 된

바다가 있다

파랗게 내려가

바다가 된 하늘이 있다

그 어느 옛날 그 어떤 전설이

바람의 형상을 새기고

눈비의 형상을 새겨서

바다 한가운데 돌섬 하나 세워 놓고

혀 밑의 노래를 꺼내 부르는 곳.

오름들도 알고 있고

바다를 깨우는 숨비소리도 알고 있지

천 개의 눈을 뜨고 바람을 보는 하늘,

천 개의 귀를 열고 눈비를 듣는 바다,

밤과 낮과 더불어

돌섬 머리에

그 어느 옛날 그 어떤 전설로 뿌리 내린 것을

나는 오늘 절벽 위에 서서

천 개의 눈을 뜬 장엄과 만나고 있다

천 개의 귀를 연 숭고와 만나고 있다

깔끔한 문장이 한눈에 들어오는 2022년 서귀포문학상으로 당선된 작품을 읽는다. 하늘과 바다와 돌과 바람이 모두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서귀포도 떠올린다.

자연이 귀를 열고 눈을 뜨고 대대로 내려온 수많은 인간들의 삶을 지켜보았을 것을 새삼 생각하며 지금도 말없이 보고 있다는 사실에 성각醒覺해진다. 어려서는 호랑이가 제일 무서웠는데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핵을 만드는 잔인한 인간이 가장 무서워졌다.

이 한편의 시에서 인간도 자연처럼 더불어 살아가야하는 숙제를 만나며, 자연의 숭고함을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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