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윤수

 

귀 속에 넣어 준 말들이

양철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만 같아서

나를 들여다보다가 

나를 놓치는 밤

 

노크도 없이 찾아 와

빗방울로 사라는 구름떼 

그리움으로 무늬지고 있다

 

두고 온 우리들의 시간도

유리창을 흐르는 빗물과 다르지 않아

유정과 무정 사이

섬 하나 솟았는지 모른다

 

사랑을 꽃피우던 시간이 꽃진 자리에

옹이로 남아 섬이 된 건지 모른다

 

그 섬이 나를 부르기도 하고

그 섬이 너를 부르기도 하리

 

못다 한 입속의 뜨거운 말처럼.

 

인천 앞바다에 있는 섬에 와서 걷다보니 오래전에 읽었던 위에 시가 가물가물 떠올라 찾아본다. 스승님께서 사랑을 해야 시가 써 진다고 하셨다.

국어시간에는‘인간이 가장 잔인하지만 아름다운 것은 인간애 때문이라고 하였다. 전쟁 중에도 동료를 구하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전쟁영화가 아름다운 것이지 총칼로 싸우고 끝나는 영화가 뭐가 감동이겠냐? 고 힘주어 말씀 하시던 스승님이 생각난다.

‘사랑을 꽃피우던 시간이 꽃 진 자리에 옹이로 남아 섬이 된 것.’인적이 없는 텅 빈 마음의 섬에서 사람들의 사랑과 섬의 상관관계가 더욱 그럴 듯하게 와 닿는다.

저작권자 © 남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