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에 부쳐
 

윌리엄 워즈워스(1770~1850)

오, 유쾌한 새 손<客>이여!
예 듣고 지금 또 들으니
내 마음 기쁘다.
오, 뻐꾸기여!
내 너를 '새'라 부르랴,
헤매는 '소리'라 부르랴?

풀밭에 누워서
거푸 우는 네 소릴 듣는다.
멀고도 가까운 듯
이 산 저 산 옮아가는구나.

골짜기에겐 한갓
햇빛과 꽃 얘기로 들릴 테지만
너는 내게 실어다 준다,
꿈 많은 시절의 얘기를.

정말이지 잘 왔구나
봄의 귀염둥이여!
상기도 너는 내게
새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
하나의 목소리요, 수수께끼.

학교시절에 귀 기울였던
바로 그 소리,
숲 속과 나무와 하늘을
몇 번이고 바라보게 했던
바로 그 울음소리.

너를 찾으려
숲 속과 풀밭을
얼마나 헤매었던가.
너는 여전히 내가 그리는
소망이요 사랑이었으나
끝내 보이지 않았다.
지금도 들판에 누워
네 소리에 귀 기울인다.
그 소리에 귀 기울일라치면
황금빛 옛 시절이 돌아온다.

오, 축복받은 새여!
우리가 발 디딘
이 땅이 다시
꿈같은 선경(仙境)처럼 보이는구나,
네게 어울리는 집인 양! (번역 유종호(柳宗鎬))

(시감상)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 1770.4.7~1850.4.23)는 영국의 잉글랜드 북부 컴벌랜드의 코커머스 출생이다.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나 소년시절을 고향의 호수지방에서 보냈다. 8세 때 어머니를, 13세 때 아버지를 잃고 백부의 보호로 1787년 케임브리지대학에 입학하였고, 재학 중에는 프랑스와 알프스 지방을 도보로 여행한 일도 있다.
<뻐꾸기에 부쳐(To the Cuckoo)>는 1802년 3월에 쓰여진 작품으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영적 교감을 노래했다.’ 영국 낭만주의 시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이다. 전7연으로 어른이 된 시인이 신비로운 뻐꾸기 울음소리를 듣고는 꿈 많던 소년시절을 회상하는 내용의 작품이다. 주제는 젊은 시절에 대한 회상과 동경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마지막 연은 함축성을 지닌 표현으로, 아직도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는 뻐꾸기를 매개로 해서 삭막한 현실(어른)의 세계를 벗어나 꿈과 소망을 찾아 헤매던 학창시절의 마음으로 돌아가고픈 솔직한 심정을 토로한다. 어른이 된 지금도 들판에 누워 뻐꾸기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을 기뻐하면서 자연과 함께 하는 한 인생에 대한 꿈과 기대가 상실되지 않으리라는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오, 유쾌한 새 손<客>이여!”의 원문은 “O blithe new-comer!”이다. 여기서 ‘새’는 원문에선 새(鳥)가 아니라 ‘새로운’이란 뜻이다. 따라서 ‘오, 명랑한 새로운 손님’이다. 뻐꾸기는 몸집이 작은 오목눈이 새의 집에 알을 까곤 돌보지 않는다. 새끼는 오목눈이 어미새가 물어다주는 먹이를 열심히 받아먹고 자라서는 오목눈이 새끼새를 밀어 떨어드리고 그 작은 둥지를 독차지 한다. 만무방 비슷한 녀석이다. 오목눈이는 저보다 훨씬 큰 뻐꾸기 새끼를 제 새끼인 양 열심히 기른다.
뻐꾸기 소리는 새의 소리 중 가장 멀리까지 선명하게 들린다. 인천에서 영월로 탐석을 하러가던 중 제천에서 1박을 하게 되었다. 20년 전 얘기다. 요란한 뻐꾸기소리에 잠이 깼다. 웬일로 꼭두새벽부터 뻐꾸기가 우는가? 일찍 일어나는 습관도 있었지만 옷을 주섬주섬 걸치고 소리 나는 쪽을 향해 걸었다. 아뿔싸! 청소차에서 켜놓은 녹음 테이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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