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지방선거가 석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여야는 이번 주부터 '필승 카드'를 고르는 작업에 돌입한다.

공천이 얼마나 잘 이뤄지느냐가 지방선거 승패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보고, 공천 심사에 진력한다는 것이 여야의 공통된 전략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서 나란히 국민공천배심원단과 시민공천배심원제를 도입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다만 여야 모두 당내 주류-비주류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공천 과정에서 파열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나라당 = 한나라당은 이번 주 중앙당 및 시.도당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을 완료하고 지방선거체제로 본격 전환한다.

한나라당은 공심위 구성에 이어 오는 10, 11일께 공천 신청 공고를 낸 뒤 다음 달 20-25일 경선 절차를 거쳐 4월 말까지 모든 공천을 완료키로 했다.

야당의 정권심판론으로 어려운 선거가 예상되는 한나라당이 내건 `제1의 공천기준'은 바로 도덕성이다. 지난 두 차례의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대승을 거둔 이후 다수의 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비리 혐의로 구속되는 등 `후유증'이 적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조해진 대변인은 "당헌.당규에 규정된 것처럼 파렴치 행위 등 여러 유형의 범죄를 저질렀거나 전과가 있을 경우 공천심사시 불이익을 받거나 배제되는 경우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갈이'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현역 단체장이라 하더라도 여론 조사에서 교체지수가 높게 나오면 교체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당 소속인 서울시내 20개 구청장과 관련, 교체지수가 높게 나온 10명 이상에 대해서 교체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방선거 승리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수도권 광역단체장 `빅 3'에 대한 당의 고민도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 소속 현역인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안상수 인천시장이 현재 다른 후보들에 비해 앞서고는 있지만, 야당이 후보 단일화 등으로 공세를 펼친다면 어느 누구도 당선을 장담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현재 서울은 민주당의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사실상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오세훈 현 시장과 원희룡 의원이 이미 출마 뜻을 밝혔고, 나경원 의원도 곧 출마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는 김문수 경기지사가 현재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야권에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사직 도전으로 방향을 틀면서 선거판에 변화가 예상된다. 인천시장 자리도 민주당 송영길 최고위원의 출마설로 인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전략공천 대신 경선을 통해 후보 경쟁력을 제고하고 야당의 선거전에 맞불을 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공천 과정에서 당 인재영입위의 활동도 주목된다.

경남지사 후보로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이 출마하고, 전남지사 후보로 김대식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 출사표를 던진 것도 사실상 인재영입위 작업의 결과다. 인재영입위는 여성이나 전문직 후보들의 영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간 이해관계의 대립은 향후 공천 갈등의 뇌관이 될 수 있다.

이미 공심위 구성을 놓고 친박계는 인사 구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15명 중 친박계 인사가 3명에 불과해 계파간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데다, 친박측이 원하는 이성헌 의원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지난 2008년 총선에서 친이계가 친박계에 대해 `공천 보복'을 자행했고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차기 대선 경선 승리를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친박계는 강경 입장을 고수할 방침이지만, 공심위원장인 정병국 사무총장도 계파간 이해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병국 사무총장은 "깨끗하고 투명한 공천을 해야 국민 불신을 해소할 수 있다"면서 "국민 기대에 부응하고 계파를 의식하지 않는 공천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 민주당은 `공천혁신'과 `야권 후보 단일화'를 양대 기치로 내걸고 일찌감치 공천 준비에 들어갔다.

안으로는 시민공천배심원제와 현역 업무평가를 통해 인적쇄신과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 발굴에 주력하고 밖으로는 `반MB' 선거연대로 야권표의 분산을 막아 실질적인 선거승리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특히 공천 과정에서 호남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는 모습을 통해 국민들에게 `변화하는 민주당'의 새로운 면모를 각인시키고 이를 지방선거를 넘어 총선과 대선 승리로까지 이어지는 시발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 공심위는 5일 호남의 상징인 광주 시장 경선에 시민공천배심원제를 도입할 것을 최고위에 권고키로 했다. 그러나 박주선 최고위원 등 광주지역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야권연대 붕괴설'까지 불거지며 난항을 겪었던 야5당의 선거연대 협상도 `선(先) 정치협상, 후(後) 경쟁'이라는 큰 틀의 합의를 이루며 속도를 내고 있다.

야5당은 4일 광역.기초단체장은 정당 지지율과 유력 후보 유무 등을 감안해 `정치 협상'으로 단일 후보를 정하고 합의가 불발된 지역은 경쟁방식으로 선정하기로 합의했다.

광역.기초의원은 호혜의 원칙에 따라 정당별로 배분하되 광역.기초단체장 후보를 내지 않은 정당을 배려키로 했다.

하지만 지역별 후보 선정 방식 등에 대한 추가 협상이 남아있어 결과를 예단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민주당은 일단 오는 27일 대전을 시작으로 5월 1일 서울까지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공심위 간사인 오영식 전 의원은 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혁신공천과 반MB 후보 단일화를 통해 국민이 감동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공천을 하겠다"며 "단일화의 경우 진통은 있겠지만 야5당 모두 연대의 필요성에 공감하므로 비관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 구도도 보다 뚜렷해지고 있다.

민주당에선 서울시장 후보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공천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인천은 송영길 최고위원의 전략공천이 유력시되고 있다.

경기지사 후보로는 국민참여당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후발 주자로 뛰어들면서 김진표 최고위원, 이종걸 의원과의 각축전을 예고하고 있다.

우상호 대변인은 "예전 같으면 후보 인물난으로 고민이 많았을 야당에서 후보간 경쟁이 흥행이 되고 있는 것은 좋은 조짐"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남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