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집아기
 

한인현(1921~1969)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 잠이 듭니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 찬 굴 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한인현은 1921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나 1969년에 사망했다. 함흥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은석초등학교에서 많은 제자들을 가르쳤으며, 글쓰기 지도에도 힘을 썼다.

1933년 무렵부터 동시 쓰기를 시작해, <아이 생활> <어린이> 같은 어린이 잡지에 많은 동시를 발표했다. 1969년에 후배들이 모여 ‘한인현 글짓기 지도상’을 만들어 해마다 글쓰기 지도교사와 어린이에게 상을 주고 있다. 동요집 『민들레』가 있다.

나는 1972년도에 영흥면 선재초등학교에서 근무했다. 선재도는 수산물이 다른 섬에 비해 풍부했다. 바지락과 굴이 특히 많았었는데, 굴 따는 계절엔 아이들이 대부분 결석을 한다. 학교에선 어번기(漁繁期)라는 이름을 붙여 며칠 동안 방학을 한다.

나는 어촌계에서 학교에 기부한 바다에 학생들을 데리고 나가 바지락을 잡아왔다. 아이들이 바지락조개를 까는 모습은 기계처럼 빨랐다. 그것을 팔아 학습에 필요한 물건들을 사곤 했었다.

섬 마을 엄마는 먹고 살기 위해서 굴을 따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아기를 돌보아 줄 사람이 없다. 엄마는 망설였다. 아기와 같이 굶어죽느냐 아니면 아이를 재워놓고 굴 따러 가야 하느냐. 결국 엄마는 굴을 따러 나섰다. 그런데 아빠는 먼 바다로 고기잡이 갔을까? 엄마와 떨어져 있고 싶지 않은 아기는 혼자 집을 지키다 스르르 잠이 든다.

아기를 떠올리면 안쓰럽기 짝이 없다. 하지만 굴 따러간 엄마 대신 바다가 와서 ‘자장노래’를 불러준다는 것이 이 시의 절정이다. 얼마나 애달픈가. 굴 따라 간 엄마는 ‘다 못 찬 굴바구니’ 를 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갈매기 울음소리가 마치 아기의 울음소리인양 가슴을 콕콕 찌른다. 이 시는 1950년 4월 ‘소학생’에 발표된 것을 이홍렬 선생이 동요로 작곡하여 널리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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